이 씨는 원희룡 캠프에 합류한 계기에 대해 “2016년인가, 월드컵 4강 주역들이 제주 여자 축구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뵀다. 보좌관이 절친이라 몇 번 같이 뵙다 보니 친분이 쌓여서 서로 좋아하게 됐다”고 15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솔직히 (원 후보에게) 계양으로 오지 말라고 만류했다”며 “워낙 민주당이 강해 당선되기 힘드니까. 그런데도 굳이 오시겠다면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정치도, 좌우도 모른다”며 “다만 계양은 내가 자란 곳이고 축구를 처음 시작한 곳이며 함께 축구 했던 친구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고향 같은 곳이라 낙후 지역에서 벗어나 발전하려면 일 잘하고 힘도 있는 일꾼이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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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15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로 활동한 이 씨는 선수 시절 인천시장을 지낸 민주당 전 대표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송 대표팀은 내 축구 인생의 은인이다. 내가 좀 문제가 많은 선수였나. 이리저리 방황하다 축구계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나를 정신 차리게 도와주셨고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해 제대로 은퇴하게 해준 분이다. 선거를 도와드리는 게 마땅했다”고 말했다.
원 후보를 지지하면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은 데 대해선 “정치를 몰라서겠지만, 난 사람만 본다. 아주 단순하다. 내가 좋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답했다.
또 ‘이라면 이재명 후보를 돕길 원했을 텐데’라는 물음엔 “이 후보는 어떤 분인지 내가 잘 모른다”며 “난 계양을 위해 더 열심히 뛸 사람을 원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계양이라는 작은 지역보단 국가라는 더 큰 그림에 관심 있는 것 같더라. 물론 나라가 중요하지만, 계양구민에겐 계양을 더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난달 원 후보 유세에 나섰다가 두 남성으로부터 각각 폭행과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유세 첫날부터 후회했다”며 “욕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멘붕이 오더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이라고 털어놓았다.
‘송영길 선거운동 할 땐 욕 먹지 않았나’라고 묻자 “전혀! 한 번도 비난받은 적 없다”며 “이건 선택의 문제 아닌가. 민주주의 사회인데. 내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원 후보와 함께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이 씨는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시민에게 “아버님이 더 시끄러워요”라며 신경전을 벌여 논란이 됐다.
이 씨는 “그분들은 정말 거칠다. 욕하고 조롱하는 데 거침이 없다”며 “축구 팬들이면 다 아는 내 성질에 참다 참다 한 말씀 드린 것뿐이다. 내가 그분들께 받은 협박과 비난은 만 번도 넘는다. 그래도 화를 눌렀다. 후보님께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 ‘개딸(개혁의 딸)’의 표적이 됐다는 말에 “SNS 안 본 지 오래됐다. 쏟아지는 욕설을 처음엔 열심히 지웠는데 지우다 지쳐서 안 들어가고 안 본다. 선거 기간에도 유튜브 영상을 몇 개 찍었는데 올리질 못 하고 있다. 초토화될까 봐. 구독자도 엄청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응원할 땐 원팀이 되는 국민이 선거 때는 빨강과 파랑 양날로 갈라지는 게 섬뜩했다”며 “그래서 후보님한테 ‘정치가 원래 이런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국 사태’를 겪으며 분열이 더 심해졌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이 시는 원 후보의 패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선거운동은 일찍 시작했는데, 후보의 진정성을 더 많은 분이 받아들이게 하는 데는 시간이 모자랐다”며 “TV 토론회 이후 판세가 바뀌기 시작했는데, 토론회를 두세 번 더 했으면 뒤집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정치에 뜻이 없다”고 재차 밝혀온 이 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