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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선진화 방안을 통해 외환당국의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이 직접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인가 대상은 JP모건, 씨티 등 현재 국내 은행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동일한 유형의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으로 제한한다. 헤지펀드나 초단타매매 회사 등 단순 투기 목적 기관은 참여할 수 없다.
외환당국은 또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오전 2시(한국시간 기준)까지로 연장한다. 추후 은행권 준비와 시장 여건 등을 봐가면서 24시간까지 영업시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1997년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변경한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개혁이다. 이처럼 당국이 폐쇄적인 외환시장을 바꾸려고 하는 건 과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시장 참여를 확대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김 차관보는 우리 외환시장을 ‘낡고 좁은 2차선 도로’로 비유했다.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좁은 도로체계가 유지돼 왔다는 것이다. 김 차관보는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보는 “그간 우리 경제의 무역규모와 자본시장 성숙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외환시장 규모는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글로벌 외환시장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 외환시장과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외환시장 성장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의 시장구조가 오히려 시장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2008년 선박수주 호황시기에 조선사들이 막대한 선물환 매도를 했을 때 환율이 지속적인 원화 절상 압력을 받았고, 2018년 이후부터 연기금의 해외투자가 확대된 이후에는 외부로 나가는 투자수요 때문에 환율이 절하압력을 받는 등 시장 규모가 작아 한 방향의 거래유인을 가진 일부 수급주체가 움직이는 대로 환율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차관보는 “원화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폐쇄적 시장구조는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 관련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거나 원화 비즈니스에 대한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우리 대외부문 취약성이 크게 완화되고, 외부충격에 대비한 대응역량을 확보한 만큼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 차관보는 “강화된 거시건전성을 바탕으로 팬데믹 당시 환율, 외화유동성,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대외부문은 과거 위기대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지난해 한 해 원·달러 환율의 상승도 주요통화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며 원화만 변동성이 확대됐던 과거 모습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됐다”고 강조했다.
정책여건이 바뀌고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만큼 ‘낡은 도로’를 손보겠다는 것. 김 차관보는 “정부는 이제 나라밖과 연결되는 수 십년 된 낡은 2차선 비포장 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 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며 “당국과 시장의 규율에서 벗어나는 역외 외환시장에서의 원화거래 허용 대신,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시장구조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외에도 RFI의 은행간 거래시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과 시장관리 기능은 현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해외투자자의 환전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제3자 외환거래(제3 FX)를 허용하는 등 시장 인프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한다.
김 차관보는 “정부는 향후 공론화 과정,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잘 준비해 시행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지속적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