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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각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러시아 상장 주식들과 미국 상장 러시아 소재 주식들이다. 모스크바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다이아몬드 회사인 알로사, 어린이 소매업체인 데트스키 미르와 뉴욕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 전자 상거래 플랫폼 오존 홀딩스, 광산철강업체 메첼, 통신사업자 모바일텔레시스템스, 온라인 채용 플랫폼 헤드헌터그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각률은 50%로, 기존 가격의 절반으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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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펀드의 변동률은 -10%에 가깝다. 게다가 해당 펀드는 영국 런던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러시아 기업의 주식예탁증서(GDR)을 다수 담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만 해도 런던 증시에서 8달러대에서 거래되면 가스프롬 GDR은 현재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상각과 주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85.95%(3월 7일, 에프앤가이드 대표 클래스 기준)로 내려갔다. 이는 러시아 펀드 평균 -60.58%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일 기준 -30~-60% 수익률을 기록하는 여타 운용사의 러시아 펀드가 ‘정상적인’ 가격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러시아와 미국 상장 종목 거래가 멈춘 데다 일부 유럽 증시에서 거래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제재를 고려해 주문을 거부하는 해외 브로커들이 있어 정상적인 거래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KB, 키움투자, 신한, 한화, NH아문디, 우리, 미래에셋 등이 러시아 펀드에 대한 신규 설정 및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러시아 펀드를 운용하는 타 운용사들도 상각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오는 16일 7억 달러 상당의 국채를 갚아야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 비거주자에 대한 국채 상환은 서방 제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공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추이를 지켜본 후 상각 처리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지수 사업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는 ‘시장 접근성’을 이유로 러시아를 신흥국(EM) 지수에서 단독 시장으로 재분류하고,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오는 9일 종가부터 0.00001 가격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수를 쫓는 ETF(상장지수펀드) 및 인덱스 펀드는 9일부터 러시아 관련 기초자산을 사실상 상각 처리할 예정이다.
뒤늦게 저가 매수를 노리고 러시아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한 투자자는 “환매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상각까지 이뤄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면서 “계좌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 속만 타들어갈 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