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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권력 정점서 유교 정치 펼친 태종"[만났습니다]②

송주오 기자I 2022.02.06 16:18:23

'권력의 화신' 아닌 '유교적 성군' 모습 부각
무관의 아들임에도 과거 급제하며 '주자주의' 공감
"조선 초기 혼란기 종결하고 유교적 국가건설 작업 해내"
"대선 승리 이후 무엇으로 승부할지 고민하고 승부해야"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변방의 무장 이성계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의 국가 기반을 마련한 태종(太宗) 이방원. 태종의 이미지는 ‘권력의 화신’으로 각인돼 있지만, 박홍규 고려대 교수는 다르게 해석한다. 권력의 정점에 선 태종의 행보를 살펴보면 ‘수성 군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전제군주’로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유교적 국가 시스템을 정비해 조선의 미래를 닦았다. 그런 점에서 박 교수는 태종을 입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규 고려대학교 정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박 교수가 최근 출간한 ‘태종처럼 승부하라’는 태종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창업’에서 ‘수성’으로 변하는 태종의 전환적 모습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대중에 알려진 권력찬탈의 아이콘 태종이 아닌 유교적 국가를 건설하고자 한 태종의 노력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책의 구성에서도 수성 군주 태종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교수는 태종의 변화를 ‘승부’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 승부가 창업을 끝내고 수성의 시기를 열었다”며 “그 바탕 위에서 세종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런 태종의 모습을 ‘주자주의’(박 교수는 ‘성리학’ 대신 주자주의로 표현했다)를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종은 무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다. 당대 상류층이 공유하던 주자주의의 이념에 접근해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는 태종이 정적인 정도전을 제거한 뒤 그의 조선설계도인 ‘조선경국전’을 계승한 것도 이런 정치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태종은 권력의 화신인 동시에 이념의 세계(주자주의)에 대해 누구보다도 가까이 접근하고 공감했던 사람”이라며 “초창기 조선 왕조의 창업 혼란기를 종결시켰다. 그 과정에서 조선 왕조의 중요한 업적인 유교적 국가건설의 제도화 작업을 해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이번 저서는 미묘한 시점에 출간돼 이목을 끌었다. 대선을 앞두고 ‘야누스’적 모습을 보인 태종을 선보였다. 세종이 아닌 태종을 선택하면서 대선 승리 경쟁(권력 장악 시도)을 펼치는 현재의 상황이 초기 태종의 모습과 흡사한 결과를 낳았다. 이에 박 교수는 대선 후보들에게 권력을 장악한 이후의 태종의 모습을 참고하라고 조언을 건넸다.

그는 “오늘날 (정치는)권력을 장악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장악 후에는 번아웃(무기력증)한다”며 “대선 승리가 중요하겠지만, 승리하고 난 뒤에 무엇으로 승부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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