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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코로나19와 건설산업 혁신

정수영 기자I 2020.08.30 14:21:06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무섭다. 올 초만 해도 조만간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고, 머지않아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말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올 가을이나 겨울쯤 해서 2차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보건 위기도 심각하지만, 경제나 산업의 위기도 심각하다. 수주산업이란 특성과 부동산시장의 호황 및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체 경제와 산업의 위기는 건설산업이라고 해서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움추러 들 수만 없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산업의 역할이나 혁신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1월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놀라운 공사현장이 연일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되었다. 1,000개 병상 규모의 병원을 착공 10일만에 준공해서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정상적인 건설공사라면 2년이 소요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만약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통제되지 않고, 올 가을이나 겨울에 2차 대유행을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도 곧 병상부족과 의료체계의 붕괴를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중국 우한에서와 같은 대규모 병원을 건설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확진자 수의 급증한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건설할 수 있는 방안부터 강구해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설계-구매·조달-시공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사이버공간에서 시뮬레이션 해보고, 가장 최단기간에 건설해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BIM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 현장시공을 대신할 모듈러 건축기술, 물류 및 조달시스템 정비, 프로젝트 관리(PM) 등 수많은 기술과 관리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도 중국처럼 1,00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10일 이내에 준공해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이버 테스트부터 해봤으면 한다.

건설공사 기간의 단축 말고도 코로나19는 건설산업에 수많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건설현장과 기업 내부에서 대면 접촉을 줄이거나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드론이나 3D 프린팅, 건설로봇 등의 활용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시설물의 개념설계부터 운영 및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실물과 동일하게 사이버 공간에 구축한 디지털 쌍둥이(Twin) 활용도 증가할 것이다. 재택근무의 확산이나 비대면 안전점검 강화 등을 위한 각종 앱(Apps) 개발도 활성화될 것이다.

건설현장에서의 대면접촉을 줄이고 건설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모듈러 건축과 같은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도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주로 제3국 인력을 활용하여 건설현장을 운영하는 나라부터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주택난이 심각한 나라들도 서민주택의 조기 대량공급을 위한 수단으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어렵고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현장시공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기획-설계-발주 등 ‘시공 이전 단계 활동(프리콘)’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이다. 건설공사 기간을 단축하고자 한다면 시공 이전에 기획과 설계가 제대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활용하고자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는 건설산업에 재앙거리만은 아니다. 건설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필요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관리역량, 프리콘 역량도 중요하다. 하지만 종종 법·제도의 경직성과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초래하는 위기상황을 활용하여 건설산업의 혁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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