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화재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된 자동방화셔터가 정상 작동되더라도 주변에 의류와 같은 가연물이 인접한 경우 방화셔터를 통한 복사열 전달에 의해 화재확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16일 의류를 이용한 실험 결과 방화셔터로부터 0.5 m 이격거리 이내에서는 소재차이에 관계없이 의류가 착화되거나 용융돼 화재확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쇼핑몰 등 판매시설에서는 유지관리에 관한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차열성능이 있는 방화셔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로 된 건축물로서 연면적이 1000 제곱미터를 넘는 것은 건축법 시행령 46조에 따라 내화구조로 된 바닥·벽 및 자동방화셔터를 포함한 갑종방화문으로 방화구획해야한다.
자동방화셔터란 방화구획의 용도로 화재 시 연기 및 열을 감지하여 자동폐쇄되는 것으로서, 공항·체육관, 대형쇼핑몰 등 넓은 공간에 부득이하게 내화구조로 된 벽을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지난 12일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에서 화재 시 방화셔터를 통한 복사열 전달에 의한 화재확산 가능성 평가를 위한 실물모형(Mock-up) 실험을 실시했다.
가열 18분 경과 시 방화셔터로부터 0.5 m 이격된 거리에서의 복사열은 14.8 ㎾/㎡ 정도였으며, 종이박스 및 의류는 녹거나 착화됐다. 의류 소재별로는 면 혼방이나 면은 복사열에 의해 바로 착화된 반면 폴리에스터는 녹아서 흘러내린 후 착화하는 특징을 보였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복사열이 2.5 ㎾/㎡일 경우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시간은 30초 정도이며, 10~20 ㎾/㎡일 경우 일반 가연물이 착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다량의 가연물이 배치된 대형쇼핑몰의 경우 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대부분 방화셔터로 방화구획하고 있으나, 방화셔터를 통과한 복사열로 인한 화재확산위험에는 전혀 대비되지 않았다”며, “연면적이 3,000 ㎡가 넘는 국내 대규모 점포 상당수(948개소)가 화재확산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방화셔터의 차열성능 도입 등 기준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쇼핑몰 관계자 스스로도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방화셔터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 설치를 금지하는 등 법규정 준수가 필요하다”며, “가연물의 인접 배치가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차열성능이 있는 방화셔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기준 개선을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