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黑역사' 계속되나

정태선 기자I 2015.03.15 21:32:04

외풍에 또 ''흔들''..검찰 수사 본사로 확대할 듯
정준양 전 회장 출국금지, 포스코 전 수뇌부 겨냥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빌딩.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포스코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른 ‘포스코 흑역사’가 재연될 조짐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비자금을 조성 혐의로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정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전·현직 경영진 20여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포스코 본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거나 수사 대상이 됐던 전례가 되풀이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 임직원은 본사로 출근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검찰 수사 방향에 촉각을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그룹으로까지 수사가 번지지는 않았지만, 검찰에서 의혹이 있다고 하면 수사에 협조하며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조사가 확산 될 것인지, 또 정 전 회장 의혹과 관련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외풍을 맞아왔다. 과거 공기업일 때 정치권은 으레 대선이 끝나면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고 경영진을 흔들었다. 반대로 포스코도 정권교체 때마다 정치권 줄타기를 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는 사정대상으로 맨 앞에 이름을 올렸고, 임기를 제대로 채운 회장을 보기도 어렵게 됐다.

출국금지된 정준양 7대 포스코 회장.
이러한 흑역사는 포항제철 신화를 만든 고 박태준 명예회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 명예회장은 1968년 포항제철 사장을 맡아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신념으로 불모지였던 철강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포철 명예회장직을 박탈당하고 수뢰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 회장이 ‘내각제’를 요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탓으로 알려졌다.

바통을 받아 2대 회장으로 황경로 회장체제가 들어섰지만 1993년 6월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3대 정명식 회장체제도 1년을 넘지 못했다.

본격적인 외풍은 김만제 부총리가 외부인 출신으로 처음 포스코 회장을 맡은 1994년부터 시작됐다. 4대 회장이었던 그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98년 3월 자진 사임했다.

이어 5대 회장으로 취임한 유상부 전 회장 역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3월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 때는 유상부 전 회장이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았고 결국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6대와 7대 회장 역시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구택 6대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1년 뒤 자진해서 물러났다. 7대 회장인 정준양 회장 역시 연임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3년 9월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사퇴설이 꾸준히 제기됐고, 작년 3월 돌연 사퇴했다. ‘MB맨’으로 알려진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예상을 뒤집고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올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그 이후 포스코는 신용등급 강등, 실적 악화 등으로 시달려 왔다.

포스코는 검찰의 수사가 정 전 회장 시절 잇단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던 과정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를 보면 우리 기업의 정치 수난사의 축소판 같다”며 “철강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포스코가 사업에 차질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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