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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루스, 외화매입세에 장외거래 중단까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는 지난주 러시아 루블화 폭락 사태가 절정에 달하자 30%의 외화 매입 세금을 도입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벨라루스 중앙은행은 “국내 시장에서 외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중앙은행은 이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50%로 두 배 이상 높이며 통화가치 추락에 맞섰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실제 벨라루스 루블은 올들어 달러대비 가치가 15% 하락했다. 지난 19일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맞물려 달러대비 가치가 하루만에 5.5%나 급락하면서 지난 1998년 이후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벨라루스 중앙은행은 외화 구매세를 도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장외 외환거래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벨라루스 중앙은행은 “외화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벨라루스 통화를 매입할 매력을 높여줌으로써 외환시장이 균형을 찾도록 돕고 투기행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벨라루스가 자국 통화와 외화 교환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자본통제를 시작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 루블화 폭락 여파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벨라루스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 러시아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루블화가 아닌 달러와 유로로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동이민자 송금 감소…CIS국가들 뒤숭숭
벨라루스 뿐 아니라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몰도바, 아르메니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들의 경제는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재정수입은 대체로 러시아로 노동 이민을 간 사람들이 보낸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 이들이 보내오는 송금액 가치도 줄어들수 밖에 없다.
키르키즈스탄 중앙은행은 루블화 폭락 사태와 맞물려 미 달러화에 솜(Som)화 가치를 고정한 페그제 환율 제도가 사실상 붕괴하자 당장 사설 외환거래소를 폐쇄했다. 툴쿤베크 아브두질로브 키르키즈스탄 중앙은행 총재는 “페그제 붕괴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에게 경고한 것”이라며 “공식적인 은행 지점을 제외한 사설 외환거래소의 문을 닫고 구조적으로 현 통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아르메니아 화폐 드람화도 지난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달러대비 가치가 17%까지 떨어졌다. 아르메니아 중앙은행은 이를 `초평가 절하(하이퍼 디밸류에이션)`이라며 우려했다.
러시아 루블화 폭락이 이처럼 주변 국가들로 전이되는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 정부내에서는 현 상황에서 자본 통제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시장이 환율 균형을 찾을 것”이라며 자본 통제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루블화가 계속 추락하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연방 국가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본 통제를 본격적으로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유가 급락에 에너지 산유국인 러시아가 직격타를 맞으면서 달러대비 루블화 가치는 1년새 50% 이상 떨어졌다. 러시아는 올들어서만 루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800억달러를 쏟아 붓고 여섯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통화 가치를 회복하는데 역부족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