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이민희 PD]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은 어떤 강점을 갖고 있을까. 여러 가지 성공요인이 있겠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 강력한 플랫폼(platform)을 갖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과연 플랫폼(platform)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이란 여러 참여자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서로 나누는 토대를 말한다.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구조이며 상품거래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동안 주변에서 수많은 비즈니스 플랫폼을 경험해 왔다. 게임기를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닌텐도는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게이머와 게임개발자 사이에 거래가 일어나도록 교량역할을 해주는 플랫폼인 셈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 역시 가맹점과 카드 사용자들을 이어주는 플랫폼인 것이다. 제조업에서 시작한 플랫폼 전략은 최근 들어 IT, 서비스업 등 전 산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플랫폼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뭘까?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변수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내놓는 게 경쟁력 이었다면 이제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참여시키고 이들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 플랫폼을 선점하면 패권을 쥐게 되고 놓치면 도태되고 마는 무한 영토확장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즈니스 플랫폼의 장점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참여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가치가 더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고 진단했다.
◇ "플랫폼 먼저 차지하라"
일단 플랫폼이 형성되면 선점효과는 엄청나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일종의 길목지키기”라고 표현했다. 누구든 거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플랫폼을 제대로 마련해 놓으면 개발자를 포함한 참여자들이 몰려들수록 판이 커진다는 논리다. 또 판매가 늘어나면 이들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커지면서 개발이 더욱 촉진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지원하는 다양한 개발 교육과 수입의 70~10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더 많은 연결, 보다 유기적인 생태계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렇듯 플랫폼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광장’의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
◇ 훨훨 난 애플…내리막길 노키아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 기업들을 알아보자. 인텔은 반도체 분야에서 플랫폼 전략의 선구자였다. CPU 메모리컨트롤러 그래픽카드 등 개별 컴포넌트들이 통일된 규격으로 집적된 반도체 플랫폼을 개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탄탄한 플랫폼을 통해 2년 마다 향상된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한 애드몹(AdMob)도 주목할 만하다. 애드몹의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광고주와 광고매체를 최적으로 연결하는 ‘분석알고리즘’이다. 분석알고리즘을 통해 광고주가 자사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앱(App)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우량기업은 물론 소규모 지역사업자까지 포함하는 방대한 광고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2006년에 설립된 애드몹은 지난해 5월 구글에 인수되기 전까지 모바일 앱 광고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절대지존의 위치를 구축했다.
애플은 `iOS`뿐 아니라 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을 장악하고 기존 모바일PC와 TV시장에 까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앱스토어는 34개월 만에 5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면서 시장 리더로 자리잡았다.
구글 역시 스마트폰 OS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으로 애플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수 역시 30만개에 이른다.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은 단순한 거래 장터가 아니라 개발자와 이용자 사이의 거대 생태계로 역할하는 사례를 남겼다. 두 기업은 OS라는 플랫폼을 장악, 스마트폰의 핵심서비스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까지 장악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웹사이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이지만, 일 평균 1만개의 웹사이트가 페이스북과 연동되고 있으며, 매월 2억 5000만 명이 웹사이트를 통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 역시 이미 120억 달러를 넘어 섰다.
반면 새로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지 못해 추락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한 때 최고의 모바일 플랫폼을 가진 노키아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진화에 대비하지 못해 지난 2007년부터 지켜왔던 휴대폰 제조 분야 매출 1위 자리를 지난 1분기 애플에 내주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PC 분야 플랫폼 절대강자지만, OS인 `윈도우`부터 ‘오피스’ 등의 소프트웨어(SW)까지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앱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지 못해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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