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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던 터라 이날 금융시장 반응은 미미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5개월간의 재무상 재직시절동안 적절한 경제운용 능력을 인정받았고, 재정긴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외교 경험과 함께 투명한 정치를 위해 민주당 실세였던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힌 그의 의지가 실제로 구체화될 지 여부는 미지수로 지적된다. 내달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표심을 되찾을지도 변수다.
◇ 간 총리는 어떤 인물?..`보통사람` 긍정적 이미지 부각
일본 총리 선임은 최근 3년내 벌써 5번째다. 그만큼 일본 정부는 그동안 고질적인 리더십 부재에 시달려왔고 신 정권 출범도 오래된 염증을 끊지 못했다.
63세의 간 총리 역시 이미 민주당 총재직까지 지낸바 있어 완전히 새로운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선임자들 대부분이 정치 명문가 출신인 것과 달리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보통사람`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리사 출신인 간 총리는 학생 운동가로 처음 정치에 입문했고 1996년 민주당 입당 전까지 군소정당에서 정치활동을 벌였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일본 후생상으로 재직할 당시 수혈을 통한 에이즈(HIV)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능력을 크게 인정받았고 정치가로서의 주가도 크게 오른 바 있다.
◇ 재정긴축·세제개혁 등 주목..BOJ 압박 지속할 듯
간 총리는 신정권에서 부총리를 역임하다 지난 1월부터 재무상을 겸임해 경제 운용 면에서 어느정도 능력을 인정을 받은 상태.
특히나 재정운용에 있어 보수적인 인물로 통하며 그동안 재정적자 해소와 긴축을 주장해왔고 일본중앙은행인 BOJ에는 디플레이션 방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또 재정 축소와 함께 소비세율 인상 등의 세제개혁을 주장해 향후 이를 실행에 옮길지 역시 주목받고 있다. 간 총리는 일본 내각에서 조기 세제개혁을 주장한 몇 안되는 인물이다.
◇ 엔 약세 기대에 금융시장 환영..재료는 선반영
시장에서는 간 총리의 취임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엔 약세론자로 유명한 간 총리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시장에서는 엔화가 하락세를 탔고 주식시장도 엔 약세 기대에 반색하며 상승했다. 또 재정긴축 주장은 일본 국채시장 전반에도 힘을 실어줬다.
하토야마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제기됐던 경제정책 공백 우려도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이달중 예정된 재정긴축안 마련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미 시장이 간 총리 재료를 일찌감치 반영하면서 이날 민주당 대표 선출 직후의 반응은 미미했다. 4일 오후 엔화와 일본 국채 시장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일본 증시는 오후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오름폭을 다시 반납했다.
나가이 히로유키 도가이도쿄리서치 스트레티스트는 "이미 시장이 재료를 반영했지만 간 총리 선임으로 일본의 정치, 경제가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줄었다"며 "부정적인 요소가 적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 부족한 외교경험·정치 돌파구 마련은 변수
경제 정책 외에도 외교나 향후 정치개혁 역시 과제로 지목된다. 외교면에서는 최근 하토야마 총리의 중대 사임 요인이었던 미국계의 관계설정을 비롯, 중국과의 외교도 급한 과제다. 그러나 외교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로서는 기존의 민주당 노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간 총리는 총리로 선출되면 당내 최고실력자였던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혀 정치개혁 여부도 주목받았다. 다만, 여전히 당내 실세인 오자와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 무엇보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잃어버린 표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일단 하토야마 총리 사임 후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반등했다.
한편, 이날 총리 경선에 앞서 기존의 하토야마 내각이 총사퇴함에 따라 간 총리는 이르면 총리 선임 직후인 이날 오후에라도 새로운 내각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큰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기존 내각진들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