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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악화로 기업들 M&A 잇단 좌초

김종수 기자I 2009.01.23 13:30:33
[이데일리 김종수기자]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의 인수협상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와 주가급락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과도한 자금을 부담하면서까지 합병을 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황의 그늘이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작업이 끝내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22일 한화측이 요구한 지분 분할매수 등을 수용할 경우 특혜시비가 일 수 있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화는 그동안 대우조선 현장 실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본계약 체결을 미뤄왔고, 최근에는 인수대금을 나눠서 내는 분할 인수를 제안했지만 산업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우조선의 강력한 성장 프로펠러`가 되겠다던 꿈이 경제위기에 휩쓸려간 셈이다.
 
한화측은 "대우조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세계적인 조선해양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로 본계약에 임해왔다"면서 "지난 석달간 대내외 여건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최악의 국면으로 전개됐다"고 전했다.

LG그룹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011070)LG마이크론(016990)은 작년 12월 초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7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금융시장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식매수청구대금 지급이 유동성에 부담을 주면 회사 경쟁력과 주주가치에 마이너스(-)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매출 3조원대의 세계적 전자부품회사를 만들려던 LG그룹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모비스(012330)가 추진했던 전장부품 계열사 현대오토넷(042100)과의 합병도 이같은 주식매수청구 급증으로 좌초됐다.

양사 합병의 걸림돌은 무엇보다 3조원에 육박하는 주식매수청구대금이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과도한 자금 부담을 감수하면서 합병을 진행할 경우 현대모비스는 물론 현대오토넷의 성장 가능성에도 저해가 된다"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001230)은 다섯달 넘게 끌어오던 쌍용건설(012650) 인수를 경기침체로 인한 인수가격에 대한 의견차로 포기, 백지화했다.

최근 건설업종의 침체와 시장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최근 너무 좋지 않은데다 증시 등 시장상황이 예측불가인 상황에서 쌍용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최근 워크아웃이 개시된 C&그룹이 내놓은 계열사들도 사려는 기업이 없다. 대형 매물인 현대건설(000720)하이닉스반도체(000660) 매각도 차질이 우려된다.

무리한 M&A가 오히려 경영 위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대한 우려가 M&A 시장을 짓누르는 양상이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중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주가도 하락해 사는 사람은 과거보다 싼 가격에 사고 싶어하고, 파는 사람은 제 값을 못 받으니 더 미적거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중국, 인도 등은 우리와 대조적으로 M&A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은 지금을 전략적인 기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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