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얀사는 사우디 최대 유화업체인 사빅(SABIC) 계열의 석유화학회사. 막강한 오일달러 파워를 가진 대형 발주처가 건설사에게 이처럼 `구조요청`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대림산업이 오랜 기간 발주처와 쌓아온 `신뢰`가 빛을 발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수의계약이 확정된 상태로 내년 약 6억달러 규모의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 중동에서 쌓은 `신뢰의 35년史`
대림산업은 1939년 창업해 올해로 창립 69주년,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만큼이나 사풍(社風)도 신중하고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대림의 해외시장 진출은 도전의 역사였다.
대림은 66년초 미 해군시설처(OICC)에서 발주한 베트남 라치기아 항만 공사를 수주하고 착수금 4만5000달러를 국내로 송금, `해외건설 외화획득 제1호`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 73년 말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16만달러에 수주해 국내 건설업체 중 가장 먼저 중동시장에
진출했다.
83년4월 공사를 시작해 90년8월 준공한 이란 캉간 가스정제공장 건설공사는 중동 진출에서 획을 그은 사업이다. 대림은 이란-이라크 전쟁통에 이 현장에서 근로자 13명의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공사를 포기하지 않고 당시 최대 규모인 2억3253만달러에 공사를 마무리한다.
대림은 이 공사를 계기로 이란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는다. 대림이 이란에서 수행한 공사는 소양강댐의 10배 크기로 이란 최대 토목공사인 카룬댐 건설공사(2001년 준공), 사우스파 가스전(1·6~8단계), 작년 3월 수주한 18억달러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시설 공사 등 총 35건, 45억달러(진행중 포함)에 이른다.
◇ 폴리머 플랜트 기술력 `세계 최고`
대림산업은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막대한 사업실적을 쌓고 있다. 특히 작년 2월 수주한 사우디 카얀사가 발주한 13억5000만불 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PC) 프로젝트는 대림산업이 가장 자랑하는 현장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단일 공장 세계 최대규모인 연산 26만톤의 PC를 생산하게 된다.
작년 12월 9억6000만달러에 수주한 사우디 석유화합물(폴리머, Polymer) 플랜트 공사도 대림이 내세우는 현장 중 하나다. `폴리머 종합 세트`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폴리스티렌, 폴리프로필렌 등 총 5개 상품의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림은 이 사업을 수주, 수행함으로써 석화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림은 이밖에도 쿠웨이트, UAE, 중국, 인도, 태국, 필리핀을 포함한 24개국에서 플랜트, 도로, 항만, 공공주택 등의 해외건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연초 계획했던 2조6000억원의 해외수주 목표치를 넘어서 3조원에 가까운 공사를 수주했고 연말까지 약 4000억원 정도의 추가 수주가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 알 주베일에 이븐자르사가 발주한 연간 50만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생산 유틸리티 공장 건설 프로젝트 현장 전경. |
대림은 중동지역의 플랜트 발주물량 풍년이 5~10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수주지역 및 공종 다변화, 신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윤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은 "향후 산유국 중심으로 지속되는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에 계속 주력하겠지만 취약한 업스트림(유전개발, 시추 및 생산 등) 분야로의 전환, 발전사업에의 적극 참여, 특수교량과 같은 특화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림은 수주시장 다변화에도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중동시장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것은 물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CIS지역과 서구 메이저 석유업체들의 투자로 신규공사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지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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