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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 10일 6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회식 후 밤 9시 30분쯤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50분쯤 뒤인 10시 20분 A씨는 주거지 인근 도로를 건너다가 승용차에 부딪쳤다.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숨졌다.
A씨 아내와 자녀는 그해 10월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인사혁신처장은 순직급여를 승인했다. 다만 ‘가결중과실’을 적용했다. 퇴근 중에 벌어진 사고지만 무단횡단은 안전수칙의 현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가결중과실을 적용하면 장해연금·유족보상금은 급여액의 2분의 1을 감해 지급된다. 유족들은 A씨가 중대한 과실에 의해 사고를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사고 발생을 인식하고 방지할 수 있었다는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재판부는 “A씨가 회식에서 과음해 사고 발생을 미리 인식하고 방지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거나 크게 제한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직무 관련 회식으로 불가피하게 만취 상태가 된 A씨가 무단횡단을 한 행위는 중대한 범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