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못생겨서 안 팔린 자동차’편에 이어 ‘못생겨도 잘 팔린 자동차’편을 준비했다. 디자인은 크게 어필할 포인트가 없지만 연비나 가성비 등 다른 특징이 도드라져 단점(?)을 극복한 차량이 주인공이다. 일단 판매량에서 충분한 수치가 나오는 현대기아차 모델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천한 ‘못생겨도 잘 팔린 자동차 BEST 3’다. 디자인은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평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최근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연비가 탁월한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차,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그 중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나 수소차보다 상대적으로 편리한 접근성으로 인기를 누린다. 국산 SUV 중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기아차 니로가 디자인은 밋밋하지만 가성비로 성공한 첫 번째 주인공이다. 1세대 니로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나친 평범함'이다. 평범함이 지나쳐 재미가 없다. 기아차 상징인 호랑이코 그릴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의 헤드램프가 자리를 잡는다. 최근 출시하는 소형 SUV의 디자인이 다이내믹하면서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맹(?)한 디자인이다. 후면은 밋밋하게 느껴져 재미가 없다. 전체적으로 공간활용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밋밋한 디자인이 나왔다는 게 중론이다.
니로는 출시 초기부터 디자인 논란에 휩싸였다. 스포티지와 투싼을 버무렸다는 이야기부터 구형 싼타페, 기아 쏘울, 심지어 아우디 Q3와 구형 쏘나타와 닮았다는 논란도 흘러나왔다. 간혹 민물고기 메기를 닮았다는 혹평도 등장했다. 실제 니로 동호회에는 “니로는 디자인을 보고 타는 차가 아니라 높은 연비와 공간으로 타는 차”라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기아차는 지난해 5월 니로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LED 헤드램프를 추가하고 후미등 디자인을 살짝 손봤다. 하지만 태생적인 못생김을 극복하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리터당 19.5km라는 높은 연비는 니로를 살 충분한 가치를 각인시켰다. 니로는 지난해 2만3647대가 팔렸다. 월 평균 2000대 정도로 기아차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아차는 올해 7월 전기차 니로 EV를 출시해 라인업을 두텁게 했다. 올해 1~10월 니로 하이브리드와 니로 EV의 판매량을 합하면 1만8511대로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재미없는 디자인도 높은 연비와 넉넉한 실내공간 등 실용성을 극대화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니로가 몸소 증명한 셈이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현대자동차 6세대 아반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삼각형 디자인이 많아 '삼반떼'라는 애칭(?)도 붙었다. 6세대 아반떼는 출시 당시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9월 출시한 6세대 페이스리프트는 새로움을 넘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비호감층이 상대적으로 두텁게 형성됐다. 출시 전 유출된 디자인은 여러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릴을 파고드는 크고 긴 삼각형 헤드램프와 범퍼 하단에 위치한 방향지시등은 자를 대고 그린 듯 뾰족하다.
네티즌의 거센 비판에도 아반떼는 렌터카나 영업용 차량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판매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반떼는 지난해 8만3861대 팔려 그랜저 다음으로 잘 팔린 세단 모델이다. 올해는 싼타페에 밀려 2위자리를 내줬지만 올해 1~10월 6만4177대로 만만치 않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9월에는 5488대가 등록됐다. 8월에 비해 3000대 줄었지만 10월에 다시 7228대로 빠르게 회복하며 아반떼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스타렉스는 그랜드 스타렉스, 그랜드 스타렉스 어반(9인승), 그랜드 스타렉스 스페셜 비클(캠핑카),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등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 그 중 가장 기본 모델인 그랜드 스타렉스는 선택의 대안이 없는 독점 차량이다. 11인승, 12인승, 3밴, 5밴 등 상용차에 특화된 라인업을 갖췄다. 상용차는 디자인을 보고 고르기 보다는 실용성으로 구매한다. 경쟁차로 기아 카니발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카니발은 승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11인승 모델보다 9인승 혹은 7인승 모델의 판매가 더 높다. 지난해 12월, 스타렉스는 10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전면부 디자인을 손봤지만 승용차보단 상용차 느낌이 물씬 난다.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승용으로 선택하기 망설여진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10년만에 나온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디자인 변화 폭이 작다. 11인승 스타렉스는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아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 카니발 11인승의 4열은 등받이가 곧추 서 있어 장시간 이동이 어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반면 스타렉스 11인승은 카니발보다 넉넉한 4열 공간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국산차에서는 유일하게 3밴과 5밴을 판매한다. 상용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최근 르노가 마스터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스타렉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스타렉스는 지난해 4만5776대를 판매한데 이어 올해 1~10월 4만1185대로 지난해 판매량을 거뜬히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혹자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는데 왜 못생겼다고 말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디자인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디자인 외에도 자동차를 선택할 때는 실용성, 성능, 효율, 브랜드 가치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한국은 아직도 신차를 구매할 때 시승을 하기 보다는 주변의 평가나 디자인 호불호로 차량 구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꽤 많다. 수 천만원대 차량을 구매할 때는 꼭 시승을 해보고 장단점을 확실히 체크한 뒤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