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직장인 6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투 전후 직장인 실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6.6%가 “인사팀의 대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불신 풍조는 여성 직장인에게서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응답자가 남성인 경우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남성 응답자의 73%인 데 반해, 응답자가 여성인 경우 전체 응답자의 80%가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4%에 불과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가장 점수를 높게 받은 산업군인 스타트업조차 총 7점을 넘지 못했다.
산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성폭력에 대한 회사의 대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피해자 보호, 관련자 처벌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기업은 책임면책용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설문을 진행한 블라인드 측 관계자는 “2017년 말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0%가 채 되지 않았다. 불과 몇개월만에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직장인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데 반해 기업의 대처는 인식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의 MeToo 게시판에는 인사팀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글이 많다. 이 게시판에 ‘신고 후가 더 힘듭니다’라는 글을 올린 한 유저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참고인 조사까지 해놓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신고하지 말걸 그랬나라는 후회까지 든다’고 썼다. 해당 글에는 공감하는 직장인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