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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역사는 진행중"…광화문에 다시 모인 5만 촛불(종합)

김보영 기자I 2017.10.28 20:03:17

퇴진행동 기록위, 광화문서 '촛불 1주년 기념대회'
오후 7시 30분 기준 5만명…"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청와대 행진 취소 논란에도 일부 단체는 강행
警, 23개 중대 배치…여의도 '촛불파티'도 열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의 ‘촛불집회 1주년 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영 권오석 기자]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 요구를 위해 시작된 ‘촛불집회’가 28일 1주년(29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재현됐다. 주최측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집회 참여 인원을 5만명으로 추산했다.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 피켓 들고 사비 털어 촛불 나눠주기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촛불 집회를 주최해왔던 시민단체 연합체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의 기록기념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촛불항쟁 1주년대회’를 열었다.

광장은 집회가 열리기 한시간여 전부터 촛불을 추억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MB 적폐 청산’,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시민 김기웅(33)씨는 이날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촛불 1000개를 직접 준비했다. 김씨는 “청와대 행진 논란 등 집회 개최 전 잡음이 있었다”며 “이같은 논란 탓에 혹시나 집회 참석을 꺼릴 시민들의 참여를 북돋기 위해 자신 포함 6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정규직 노동자라 소개한 김희정(45·여)씨는 “23차로 촛불 집회가 종료될 때까지 10번 정도 집회에 참여했다”며 “촛불 1주년을 맞은 지금 그 때보다 우리들의 처지가 나아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 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처음 약속했을 때 희망을 보았다. 아직 반년밖에 되지 않은 정권이지만 정부가 우리 같은 약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유명인사들도 이날 집회를 함께했다.

집회는 그간 20여회에 달한 촛불 집회 기록 영상물 상영 및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시작을 열었다. 1년 전 ‘박근혜는 퇴진하라’였던 집회 메인 구호는 이날 ‘촛불은 계속된다. 적폐를 청산하라,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로 거듭났다.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다시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광장에 섰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가 시작됐고 지난해 12월 3일 청와대 100미터를 행진한 날 전국의 232만명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다. 국민의 승리였다”며 “새로운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여러분들이 있어 민주주의 역사는 진행 중”이라고 발언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대개혁을 위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쌓아온 적폐 해결을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시계의 반열을 제자리로 되돌리고 부정부패를 뽑아내기 위해 다시 촛불의 힘이 필요한 때다. 희망을 본 촛불의 시대, 오늘이 더 이상 ‘헬(hell) 조선’이 아니길 기원하며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28일 오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1주년 기념 대회’에 참석한 시민 참가자들이 ‘청와대 행진 안하는 사람들’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청와대 행진 취소 논란에도 일부 단체는 강행

시민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지난해 촛불 집회 당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김지은(14) 양은 “1년 전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던 내가 촛불을 들고 위대한 역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이런다고 세상이 바뀐다며 주변의 질타를 듣기도 했지만 오기가 생겼다. 세상이 바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역사가 뭔지도 몰랐고 중요한지도 몰랐던 나는 촛불로 시민들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역사’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앞으로 모든 적폐가 해소되고 촛불 시민들이 꿈꾸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30대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한경은(여)씨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지키려 촛불을 든 사람들 모두 기억하겠다”며 “3년 전 세월호 사고 때만 해도 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 무능과 무기력으로 괴로운 나날들이었지만 지난해 촛불 이후 평범한 삶이 다시 가능해 질거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가수 전인권밴드와 이상은씨, 권진원과 평화나무합창단, 4·16가족합창단 등의 공연들도 열렸다. 지난 촛불집회 때 광화문 광장을 장식한 소등 퍼포먼스와 촛불 파도도 이어졌다.

퇴진행동은 집회 후 청와대 방향 행진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른 촛불집회 참가단체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 등을 기치로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청와대 행진을 벌인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 인근에 23개 중대(약 1480명)를 배치했다.

같은 시각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청와대 행진 등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파티 2017’를 개최했다.

앞서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는 시민단체와 노동계 등이 사전집회를 열어 이 전 대통령 구속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친박 단체들도 같은 날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은 서울역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촛불집회 1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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