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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한국문학, 조그만 점포 하나 낸 수준"

김용운 기자I 2016.03.17 09:50:25

프랑스 파리도서전 주빈국 초청작가 자격 참가
"일본은 100년전부터 세계 문학시장 노려"
"한국은 이제 번역 전문성 높아져"

황석영 작가가 16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16 파리도서전’에 주빈국 초청작가 자격으로 참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파리=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일본은 100년 전에 시작했다. 한국문학은 이제나마 조그만 점포 하나를 낸 것이다.”

황석영 작가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해 고언을 쏟아냈다. 황 작가는 16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개막한 ‘2016 파리도서전’ 개막식에 주빈국 초청작가 자격으로 참석해 유럽 내 한국문학의 위상과 향후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방법론 등을 조언했다.

최근 신경숙과 한강 등 젊은 작가들이 서구권에서 주목받으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황 작가는 “과거에는 노벨문학상을 염두에 두고 대학의 교수들이 너무 아카데믹하게 번역을 해서 한국의 작품들이 해외 출판사들로부터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며 “최근 한국어를 배운 현지의 젊은 번역가들의 번역을 하다보니 전문성이 높아지고 해외 출판사들과 조율이 원활해 지면서 한국문학이 전보다 주목을 받게 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황 작가는 “일본은 이미 100년 전에 자신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번역자를 키우는 일을 시작했다”며 “한국문학은 이제나마 세계 문학 시장에 조그만 점포를 하나 낸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한국문학에 대해 국내에서 오히려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동아시아 3국 가운데 일본의 문학은 감성을 소비하는 쪽으로 기울어졌고 중국은 노신이래 표현의 자유에 문제가 있지만 한국만큼은 문학이 사회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작가는 “현재 20세기 이후 서구문학이 빠져 있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한국은 보편성이 있는 주제에 대한 탐구가 계속되고 있다”며 “라틴 문학이 서구 문학에 활력을 준 것 처럼 한국문학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프랑스의 출판사로부터 현재 내 소설을 만화로 다시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며 “‘한씨연대기’를 비롯해 ‘장길산’ 등이 프랑스에서 만화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0년 전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파리도서전에서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하려 했지만 출판계 사정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며 “한국이 주빈국으로 다시 초청받아 작가 30명이 이곳에 왔지만 문체부 장관이나 프랑스 대사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파리도서전 개막식에는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오드리 아줄라이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한국관에 들러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등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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