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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가는 요우커… 호텔 늘리는 서울시

김성훈 기자I 2014.12.07 16:07:17

중국인 관광객, 숙박비 아껴 쇼핑에 지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몰려
호텔 공급-수요 엇박자
전문가 "거품 뺀 중저가 호텔 늘려야"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호텔업계는 그만큼의 투숙객을 유치하지 못해 울상이다. 쇼핑에 중점을 두고 숙박비는 아끼려는 요우커들이 고급 호텔 대신 가격이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 등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 들어선 한 호텔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I love 도민준 and 천송이.”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클라우디아 왕(여·22)씨는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팬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해에서 태어난 그는 한참을 손꼽아 기다린 끝에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가져온 빈 짐가방에 시선이 갔다. 가방이 텅 빈 이유를 묻자 그는 “천송이가 입었던 옷을 가득 채워갈 것”이라고 했다. 이 게스트 하우스의 이용료는 6인실 기준 2만5000~3만원, 1인실은 4만5000~5만원 선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송모(27)씨는 “외국인 관광객의 70%가 중국인이다”며 “빈 가방으로 와서 쇼핑한 옷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는 중국인은 흔하다”고 전했다.

뒤이어 방문한 명동은 추운 날씨에도 관광객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명동 인근 호텔들을 방문하자 중국인 관광객보다는 미국과 유럽,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명동 A호텔에 근무하는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은 예년보다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며 “아직은 일본인 관광객 비율이 전체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호텔이 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요우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쇼핑에 중점을 두고 숙박비를 아끼려는 요우커가 대부분이어서 호텔의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호텔 증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호텔이 몰려 온다… 서울시내 호텔 2년새 60% 늘어나

서울시는 지난달 14일 정부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관광호텔의 용적률 인센티브(일반주거지역 최대 150%, 상업지역 최대 500%)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의 지원 아래 2010년 1곳 증가에 그쳤던 호텔 수는 지난해 31곳(준공 기준)으로 늘었다. 2010년 131곳(2만3176실)이었던 서울시내 관광호텔은 올해 9월 현재 217곳(3만2482실)으로 65.6% 급증했다. 객실 규모(9306실)로 따지면 2년 새 40.2%가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호텔 증가에는 매년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이 컸다. 한국관광공사의 국외 관광객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523만1308명)은 지난해(349만7728명)대비 49.5%(173만3580명)나 늘었다. 그러나 호텔의 주 소비층이자 지난해 230만9903명을 기록했던 일본인 관광객은 16.4% 줄어든 193만414명(10월 현재)에 머물렀다.

△ 각국가별 전년대비 호텔 평균금액 지출 추이 [자료제공=호텔스 닷컴]
◇호텔 대신 쇼핑… 호텔 지출 ‘제자리’

문제는 증가한 호텔 수만큼 요우커의 호텔 수요가 늘었는가 하는 점이다. 호텔가격 비교 서비스 업체인 ‘호텔스탓컴’이 발표한 ‘2014년 상반기 호텔 가격 지수(HPI)’에 따르면 요우커가 한국 호텔에 지출하는 평균 지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180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매년 150만명 가까운 증가를 보이는 요우커지만 호텔 이용을 위한 지출은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같은 기간 일본(-14%)과 미국(-6%) 등 17개 국가는 호텔 지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신 요우커 사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외국인관광 도시 민박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185곳(610실)이었던 외국인 도시민박업체는 올 10월 현재 3배 가까이 증가한 553곳(1721실)이다. 객실이 2년 새 182%(1111실) 늘면서 굳이 호텔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어진 때문이다. 이날 만난 또 다른 중국인 T씨는 “아고다나 부팅닷컴 등 숙박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게스트 하우스을 구했다”며 “호텔비를 아껴 옷을 사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 고급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호텔 내 중국인 관광객 이용 비율은 제자리”라며 “호텔에 투자하는 대신 쇼핑에 지출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관광객에 따른 호텔 공급에는 동의하면서도 고급 호텔 대신 합리적인 중저가 호텔 증설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철 한양대 건축공학부 특임 교수는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투숙 비용을 절약하고자 3성 이하 호텔에 머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는 호텔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기용 서울 연구원 연구위원은 “맞춤형 중저가 호텔 증축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호텔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승인할 때 호텔 등급에 따른 차등 적용 등을 통해 거품을 뺀 중저가 호텔 공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요유커)들은 투숙비를 절약하기 위해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서울시내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게스트 하우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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