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경기가 깊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유가 급등 등으로 교역조건까지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더욱 얇아졌다. 실제로 국민들의 손에 쥐어진 소득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도 한해로 그쳤다. 원화 기준으로는 늘었지만 작년 한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소득은 급감했다.
◇ 작년 경제성장률 2.2%로 하향조정
그러나 물가요인을 뺀 실질 GDP는 2.2% 늘어나는데 그쳤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6.9% 뒷걸음질 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것.
이는 지난 1월에 발표한 속보치 2.5% 성장에 비해서도 하향조정됐다. 속보치 발표 이후 입수한 산업생산지수와 금융기관 등의 분기결산 자료 등을 반영해보니 경제는 더욱 안 좋았다는 얘기다.
특히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더 안 좋았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재화수출이 전년비 4.6%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4.1% 늘어나는데 그쳤던 것.
산업별로 제조업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더 낮았고 건설업의 마이너스 성장폭도 당초 -2%에서 -2.4%로 하향조정돼 침체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연도를 2000년에서 2005년으로 바꾸고 추계방식도 기존 고정가중법에서 직전 연도의 가격과 가중치를 기준으로 하는 연쇄가중법으로 바꾼 영향도 작용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 팀장은 "기준년도 개편과 추계방식 변경 영향도 있긴 하지만 이보다는 경제상황이 실제로 반영된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 실질 국민소득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이에 따라 성장과 소득간 격차도 더욱 확대됐다. 지난 2003년부터 실질 GNI 성장률은 GDP 성장률을 줄곧 밑돌았지만, 작년에는 3%포인트 차이로 전년 0.3%포인트에 비해 차이를 크게 벌렸다.
작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고공비행하면서 수입가격은 급등한 반면 수출가격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실질무역에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작년 실질무역 손실액은 49조755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내수쪽에 더 제약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1만9231달러로 다시 2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한해동안 환율이 18.7% 상승한 탓이다.
정 팀장은 "작년 국민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환율"이라며 "다만 원화 기준으로는 늘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교역조건 개선..국민소득 개선될까
올해에는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고용과 투자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내수 호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고, 수출 역시 급감하는 추세다.
그러나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나아지고 있어 국민소득은 개선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작년 한 때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올랐던 유가는 현재 5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정 팀장은 "실질 GDP와 실질 GNI의 차이는 단순히 교역조건에 영향을 받는데 이는 곧 수출물가와 수입물가의 차이"라며 "올해 들어서는 수입물가가 떨어지고 있어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국민소득이 플러스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유가가 60달러 이하라면 괜찮을 것"이라며 "작년처럼 소득과 생산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체 경제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민소득이 나아진다고 해도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실장은 "올해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면 GNI가 조금 개선된다고 해도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