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거제에는 17일 하루에만 636.3㎜의 비가 내렸다. 1972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일 강수량이다. 통영도 같은 시각까지 451.9㎜를 기록해 1968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짧은 시간에 쏟아진 비의 강도도 기록적이었다. 거제에는 이날 오전 1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의 ‘극한호우’가 쏟아져 종전 1시간 강수량 최고치인 96.5㎜를 크게 넘어섰다. 통영에서도 1시간 동안 97.4㎜가 내려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거제에서는 200년에 한 번, 통영에서는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거제의 평년(1991~2020년 평균) 여름철 강수량은 935.1㎜다. 지난 15일부터 사흘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여름 한 철 내릴 비와 맞먹는 양이 쏟아진 셈이다. 통영도 같은 기간 747.0㎜가 내려 평년 여름철 강수량(728.8㎜)을 이미 넘어섰다.
산사태에 1명 사망…조선소까지 침수
기록적인 폭우는 곳곳에서 피해로 이어졌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이날 새벽 산사태가 발생해 아파트를 덮치면서 1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추가 산사태 우려가 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도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민간 숙박시설과 마을회관, 친인척 집 등에 머물렀다. 당국은 임시주거시설을 마련하고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기준 경남에서는 거제를 중심으로 도로 30곳의 통행이 전면 또는 일부 통제됐다. 거제와 통영 지역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12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통영과 거제에서는 20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거제 지역 대형 조선소도 피해를 입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17일 휴일 특근 예정이던 근로자의 출근을 제한하고 시설물 점검에 나섰다. 한화오션 야드 일부가 침수됐으며 삼성중공업에서도 선박 건조시설인 독(dock) 일부가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
소방청은 경남 지역 자체 소방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경남소방 인력 361명과 지원 인력 26명 등 387명, 장비 84대가 현장에 투입됐다. 중앙119구조본부도 인력 47명과 장비 13대를 추가 투입해 구조와 배수 작업을 지원했다.
관계기관도 피해 수습에 나섰다. 산림청은 거제와 통영에 인력과 장비를 지원했고 국방부는 재해대책본부 1단계를 발령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침수지역을 통제하고 산사태 취약지역과 급경사지 등 인명피해 우려지역을 중심으로 예찰을 이어갔다.
정부는 15일 행정안전부 초기대응반을 가동한 데 이어 16일 호우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이날 오전 6시에는 중대본을 가동하고 비상 대응 1단계에 돌입했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 회의를 열어 인명구조와 이재민 구호, 피해 수습 대책을 점검했다.
정부는 광주·전남과 부산·경남 피해 지역에 특별교부세 30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4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도로·하천 등 공공시설 응급복구와 이재민 구호, 피해 주민 생활안정 등에 쓰인다.
따뜻한 바다에 강한 남풍…기록적 폭우 키웠다
기록적인 강수량에는 남쪽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저기압이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북동진하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됐다.
저기압이 한반도에 가까워지면서 북동쪽 고기압과의 간격이 좁아졌고, 그 사이로 부는 남풍도 강해졌다. 고온다습한 남풍이 남해안과 제주의 지형과 부딪히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했다.
남해 해수면 온도가 27~28도로 평년보다 높았던 점도 강수량을 키웠다. 따뜻한 바다에서 공급된 많은 수증기가 강한 남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기록적인 폭우로 이어졌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극한호우를 몰고 온 강한 비구름대는 이날 오후 대부분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다만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사태 취약지역과 하천 주변 저지대에서는 추가 피해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당국은 18일에도 피해 현황을 집계하는 한편 위험지역 예찰과 응급복구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