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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빚 깎아주세요" 감면 신청 자영업자 작년 3만6000명…전년의 2배

김국배 기자I 2025.03.23 16:45:43

채무액 6조 육박, 전년보다 83% 증가
올해도 2월까지 6000명 넘게 신청
40~50대가 60%…2030 채무액 처음 1조 넘어
취약 자영업자 대출 계속 늘어, 연체율 11%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40대 장모씨는 빚에 허덕이다가 지난해 결국 폐업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던 장씨는 사고까지 당해 크게 다치면서 일을 포기하고, 새출발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새출발기금은 정부가 지난 2022년부터 도입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다. 장씨는 “애들과 아내를 보면 너무 미안해서 힘들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23일 이데일리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출발기금(매입형 채무조정 기준)을 신청한 차주수는 3만6062명으로 전년 신청자 수(1만9145명)의 약 1.9배에 달했다. 2년 전(9978명)과 비교해선 261% 늘었다.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이미 둔화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는 차주는 올해도 2월까지 벌써 6000명(6078명)이 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지난해 수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무액도 급증세다. 2023년 3조1838억원이었는데, 작년에는 5조8217억원으로 83% 늘었다. 새출발기금 대상자가 되면 채무 5억원 한도 담보 없는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을 해준다.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의 경우 감면을 받으면 한동안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어 자영업자들이 선택하는 최후 수단으로 여겨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 감면이 없는) 중개형과 달리 매입형은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어 자영업을 이어가려는 사람보다는 정리하는 경우 신청한다”고 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새출발기금 신청자·채무액은 40대(1만1710명·2조227억원)와 50대(9419명·1조5628억원)가 가장 많았다. 40대와 50대를 합치면 채무자 수는 2만명(2만1129명)을 넘으며, 채무액도 3조(3조5855억원)를 크게 웃돈다. 채무자 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59%다. 다음은 30대(6824명·9091억원), 60대 이상(5811명·9064억원), 20대(1223명·1052억원)순이었다. 전년(1만1258명)과 비교하면 4050 세대 차주수는 87% 급증했다. 2030 차주 수는 8047명으로 40~50대에 비하면 적지만 2년전(2009명)에 비해 4배 늘었다. 채무액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60대 이상의 채무액(9064억원)보다 많다.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대출을 늘려가며 버티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부담은 누적된 반면 위축된 내수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엔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취약 자영업자 수는 41만8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13.4%로 전년 말보다 2만2000명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6조8000억원 늘어난 122조6000억원이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55%에 달한다.

이인영 의원은 “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매출 부진과 대출 증가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하루 빨리 탄핵 국면을 끝내고 채무조정 제도를 더욱 확대해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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