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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국에 온 워터스(Waters, 33)씨는 “미국에 계신 아버지와 삼촌이 15년째 구세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계신다”며 “그분들이 생각나서 교회를 다녀오는 길에 기부했다”고 했다. 워터스씨가 다녀간 뒤 곧바로 한 남자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1000원을 냄비 안에 넣었다. 마포구에 사는 황모(9)군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용돈을 넣었다”며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모습을 본 나씨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예전보다 기부액수가 줄어든 것 같다”면서도 “기부에 참여하는 분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한 것 같아서 힘들어도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기부와 봉사 행렬은 같은 날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도 이어졌다. 임정섭(26)씨와 이태희(25)씨는 3년째 구세군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양손은 시민이 주고 간 사탕과 초콜릿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임씨는 “다른 사람들의 기부를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임씨는 “올해 기부가 가장 적은 것 같다”며 “봉사 동아리나 소모임을 활성화해서 자발적인 봉사가 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은 대표적인 연말 기부문화로 자리 잡았다. 1928년 12월 구세군 한국군에 의해 국내로 전파돼 9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지하철 역사와 거리에 울리는 종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자선냄비 기부금과 봉사활동 참여율이 올해 들어서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구세군 서울본부에 따르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은 지난 19일 기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또 구세군대한본영에서 운영하는 자선냄비 참여 봉사자도 1년 전보다 20%가량 감소했다. 구세군의 ‘2022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거리모금으로 모인 기부금은 총 29억 7277만 2002원이었다.
구세군 관계자는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중·고등학생의 봉사활동 점수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올해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 수가 크게 줄었다”며 “혼자서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 종일 종을 치면서 빈자리를 지키는 봉사자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모금활동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데 봉사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