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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성 정치권과의 극단적인 차별화 전략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밀레이는 예상과 달리 집권 초반 내각은 온건파로 꾸렸다.
경제부 장관에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달러화 도입’에 비판적인 루이스 카푸토 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내정했다.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에 에밀리오 오캄포 대신 산티아고 바우실리 전 재무장관을 낙점했다.
이에 ‘달러화 도입 공약 철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밀레이 당선인은 “고려한 적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밀레이 집권 초반에 단기적으로 달러화 도입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중에라도 의제로 삼고 싶어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현실정치와의 타협을 보인 것은 반대 정파를 끌어들이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초반부터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이라는 핵심 공약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어 밀레이는 정부 부처는 기존 18개에서 9개로 줄이며 슬림화를 결정했다. 사회개발부,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 부처들은 줄줄이 폐쇄됐다. 여기에 더해 수석장관까지 장관급은 10명 선으로 꾸려졌다.
페데리코 아우렐리오 컨설팅회사 아레스코의 정치분석가는 로이터에 “선거운동에서 밀레이는 경제에 관한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했는데 의회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실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것은 공약 이행이 아니라 나라와 가계의 경제 상황이 실제로 개선되는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인 클라린에 따르면 밀레이는 대통령 취임 후 경제 계획으로 중앙은행 화폐 발행 권한 제한, 내년 4월까지 관세 보조금 폐지, 공공자금 투입 사업 차단, 공무원 급여 재검토, 공기업 매각 추진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밀레이는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 ‘자신을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답할 것이냐’는 질문에 “천재와 광인의 차이는 성공”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 시도가 국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밀레이 정권은 크나큰 시련에 직면하며 아르헨티나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밀레이를 새 대통령으로 선택한 아르헨티나 국민은 그의 경제 ‘충격 요법’에 희망을 걸고 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엠마누엘 리오스(27)는 로이터에 “밀레이가 정권을 잡으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밀레이는 후보시절 ‘급진적 괴짜’로 무정부주의적 선동가 같은 모습과 달리 ‘합리적 보수’ 이미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중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에 감사를 표하거나 변화의 신호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신흥국 경제협력 모임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 거부 의사는 재확인했다.
이번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선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 장관이 참석한다. 인접 국가인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도좌파 성향의 지도자들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