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책 ‘골든아워’ 중 한 챕터에 ‘윤한덕’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한 이 센터장은 지난 8일 한겨레에 그를 기리는 글을 전했다.
고인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지 걱정하면서 여러 차례 기고를 거절했다는 이 센터장은 기고문에서 ‘의학자 윤한덕’, ‘지옥 속 윤한덕’, ‘사심없는 윤한덕’, ‘행정가 윤한덕’, ‘영웅 윤한덕’, ‘슬픈 윤한덕’이라고 그의 이름을 재차 되새기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 센터장은 윤 센터장이 기가 막힌 상황이 닥치거나 진정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성을 떼고 이름만 불렀다며, 2주 전 들은 “국종, 올해도 잘 넘겨야 할 텐데, 힘내!”라는 말이 마지막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윤 센터장이) 인생 전부를 걸고 중증외상치료체계를 포함한 응급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해서만 살았다”며 “현재 대한민국 웅급의료체계 어는 곳에도 윤한덕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부분은 없다. 우리는 윤한덕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센터장은 기고문에서 “윤한덕이 세상을 떠나자 많은 사람이 다투어 그의 공을 치하하고 개선책을 결의에 찬 모습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들으며 기가 막혔다”고 했다. “지금 앞다투어 발표하는 그 결연한 계획들의 10분의 1이라도 몇 달 전에 집행해줬으면 윤한덕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차피 윤한덕이 떠나간 사실도 며칠 뒤면 언론에서 사라질 것이고 쏟아져 나왔던 각종 대책 및 결연한 ‘결심’도 곧 달아날 것”이라며 “그건 이제는 하늘에 있는 윤한덕이 더 잘 알고 있다. 상당히 ‘쿨(Cool)’한 면모를 보인 그는 아마 씩 웃으면서 ‘원래 세상은 그런 거야. 그래도 난 이렇게 살다 갈 거야!’라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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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센터장도 생전인 지난 2017년 10월 긴 연휴에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다!”라고 페이스북에 남긴 바 있다. 이 센터장의 ‘그놈의 민족 명절’과 같은 어감으로 들리는 것은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과로한 의사의 고단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고인의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거행된다.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추도사, 헌화 등의 순서로 두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추도사는 이 센터장을 비롯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 회장,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 등이 낭독한다.
영결식이 끝난 뒤에는 영정을 모시고 윤 센터장의 집무실이 있는 행정동을 한 바퀴 돈 뒤 장지로 향할 예정이다.
고인은 지난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 창립으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닥터헬기와 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힘을 쏟은 인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국가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평생을 바친 고인의 공로를 받들어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