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숙 씨가 중립적 입장에서 성년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인지 아니면 신동주측이나 신동빈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인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신 씨 오너일가의 세력 분점 구도가 달
일단 신정숙 씨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은 ‘오빠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하니, ‘아버지가 후계자를 나로 지목했다’고 주장한 신동주 측에는 신정숙 씨의 후견인 지정 신청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는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의 모친이다. 신정숙 씨는 경영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들과 달리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과 결혼 한 후 최 회장의 내조에만 전념하며 외부 활동을 별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정숙씨의 자녀들은 재벌가와 결혼해 경영 일선에 나서는 등 어머니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장년 최은영 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한동한
재계는 조용한 내조에 전념하던 신정숙씨가 갑자기 후견인 지정 신청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변해가자 이를 끝내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오빠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이상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 주고, 후견인을 지정해 주면 후계구도를 둘러싼 싸움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정숙 씨는 신격호 총괄 회장의 후견인 대상으로 그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모두 지목하면서 어느 한쪽 편에 서있지 않은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정숙 씨는 후견인이 누가 지정되든 법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을 지정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두고 장남과 차남이 싸우는 일은 막을 수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이 신씨의 후견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신청서에 명시된 5명 모두를 후견인으로 지목하면 경영권 분쟁 사태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법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것은 법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경우 ‘아버지의 뜻’을 강조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동생 신동빈 회장측에 대한 공세를 더 높일 수 있다.
또 신동주와 신동빈 두 형제가 모두 후견인으로 지정되도 경영권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법원이 ‘아버지의 정신 건강이 이상하다’고 인정한 만큼 신동주 측의 명분은 상당부분 상실돼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후견인 지위는 가지고 있는만큼 동생 신동빈의 1인 경영체제에 계속 딴지를 걸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정숙씨가 조카인 신동주와 신동빈 두 형제에게 아버지를 더 이상 욕보이지 말라는 경고성 의미로 후견인 신청 카드를 꺼냈다고도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신 총괄회장의 개인 생활이 불필요하게 언론에 공개되고, 아버지를 두고 두 아들 간 ‘납치’를 운운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집안 어른으로서 두 조카에게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정숙씨가 후견인 신청을 할 때 어느쪽과 미리 협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