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새로운 용도가 확인돼 제약사가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탈모치료제로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다. 피나스테리드가 5㎎ 들어 있는 ‘프로스카’는 당초 전립선비대증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탈모치료제로 개발됐다. 똑같은 성분이지만 5mg 함유한 ‘프로스카’는 전립선비대증치료제, 1mg 들어있는 ‘프로페시아’는 탈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도 주 성분인 ‘실데나필’의 함량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실데나필 50mg과 100mg은 발기부전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62.5㎎과 125㎎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복용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내 혈압이 높아져 폐의 혈액 순환이 악화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말한다.
또 다른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는 전립성비대증 치료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발기부전치료제의 혈관 확장 기능을 활용해 치료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발기부전치료제를 치매 치료제로 개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잔탁’과 ‘큐란’이 대표 제품인 ‘라니티딘’ 성분의 경우 75㎎ 한 알은 위산과다·속쓰림·신트림 등의 목적으로 먹을 수 있다. 150㎎은 위·십이지장궤양, 졸링거-엘리슨증후군, 역류성식도염 등의 치료를 위해 복용한다. 잔탁 75mg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 잔탁150mg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는 차이도 있다.
‘우루사연질캡슐’은 ‘우르소데옥시콜산’ 50mg와 ‘티아민질산염’, ‘리보플라빈’ 등이 함유된 제품으로 만성 간질환의 간기능 개선, 식욕부진, 육체피로 등의 효과가 있다. ‘우르소데옥시콜산’ 25mg에 타우린, 인삼건조엑스 등이 섞인 복합우루사연질캡슐은 간장약이 아닌 자양강장, 육체피로 등의 효능을 인정받았다.
똑같은 성분, 함량인데도 효과가 다른 경우도 있다. 위에서 흡수되는 아스피린은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질환), 강직성 척추염, 감기로 인한 발열 및 동통, 치통, 두통, 월경통, 신경통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장에서 분해 흡수되는 아스피린프로텍트는 심근경색 위험 감소 및 일과성 허혈 발작 위험 감소, 심근경색 후 재경색 예방, 혈전·색전 형성의 억제 등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