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동아화성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냉장고나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작은 고무 제품들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별거 없어 보이는 이 회사는 수시로 대기업 직원들이 드나들며 공장의 정상 가동여부를 체크한다.
만에 하나 이 회사 공장의 일부 라인이라도 멈추는 날에는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사태를 계기로 기술력을 무기 삼아 대기업에 핵심 부품을 독점 납품하는 강소(强小)기업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동아화성(041930)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에 꼽힌다. 어제(25일) 이회사 주가는 시장이 얼어붙은 와중에도 7.92%가 오르는 맹위를 떨쳤다.
소위 `유성기업 효과`로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재조명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항기 동부증권 스몰캡 팀장은 "동아화성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 그룹의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동아화성이 LG전자와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의 핵심 부품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기업도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다 .
동아화성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산업용 특수고무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주력제품은 인테크호스와 도어가스켓.
인테크호스는 자동차 엔진 및 각종 부품들을 연결하는 호스로 현대기아차그룹 내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도어가스켓은 드럼세탁기 도어에 들어가는 누수방지 고무제품으로 LG전자와 삼성전자 내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파나소닉과 산요 등 일본 5대 가전 내 점유율은 아예 100%다.
이 회사가 가동을 멈추면 전세계 드럼세탁기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꽤 큰데도 불구하고 경쟁업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고무제품 같지만 높은 압력과 온도 내에서도 누수를 방지하고, 액체나 기체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성 고무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금형에 대한 설계기술, 원재료 배합기술, 가류기술이 필요하다"면서 "동아화성은 이 3가지 기술을 모두 확보해 설계부터 양산까지 한번에 가능한 일관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녹스(088390) 역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이녹스는 연성회로기판(FPCB)의 원재료가 되는 FPCB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녹스가 FPCB소재를 국내 FPCB생산업체에 납품하고, 제조된 FPCB가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납품되는 구조다.
이녹스는 FPCB소재 국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녹스가 없으면 국내에서 핸드폰이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본과 대만 경쟁사도 있지만 일본제품은 가격이 비싸고, 대만제품은 품질이 좋지 않아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굴삭기 주요 부품인 하부주행체(Under-carriage)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일금속(109860)과 진성티이씨(036890), 기신정기(092440) 역시 대기업을 겁주는 강소기업들로 꼽힌다.
유진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은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에 핵심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납품 비중도 높다"면서 "국내에 마땅한 경쟁사가 없어 이들 회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유성기업 사건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