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尹 구속영장 청구로 선회?…체포영장 만료 임박

성주원 기자I 2025.01.05 16:51:27

尹측 "영장심사 받을 것" 시사…신병확보 주목
체포영장 재집행은 물리적 충돌 우려
공수처, 崔대행에 경호처 협조 재차 요청

[이데일리 성주원 박기주 이영민 기자] 12·3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한이 6일 만료되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난 3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재집행? 구속영장? 공수처의 선택지는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체포영장 재집행 △체포영장 재청구 △사전구속영장 청구 △기소 전환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체포영장 재집행의 경우 이미 발부된 영장이 있어 즉시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 3일 1차 집행 시도가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된 만큼 강제력 사용에 대한 명분도 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경호처의 협조 없이는 1차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고 결국 무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체포영장 재청구는 기존 영장 만료 후에도 지속적인 압박이 가능하고 새로운 상황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재청구 사유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고 역시 경호처의 집행 협조를 받지 못한다면 지난 3일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윤 대통령 측이 실질심사에 응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 배진한 변호사는 “체포영장이든 구속영장이든 정당한 집행에 대해서는 다 받고 밝힐 것”이라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등의 절차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소 전환도 거론되고 있으나 피의자 신문 없는 기소의 정당성 문제와 재판 진행의 실질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신병 확보의 최대 관건은 대통령 경호처의 협조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오후 5시경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전자 공문을 재발송했다. 그러나 경호처에 대한 지휘 권한을 보유한 최 권한대행은 아직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측은 자신의 체포·수색영장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날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이 사건 체포영장이 집행되지 않아 구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청인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압수에 관한 처분에 대한 불복’의 형식으로 이 사건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의 발부에 대해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대법원에 재항고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의신청의 취지는 체포 및 수색을 불허해달라는 것”이라며 “신청 기각이 곧 영장이 적법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출석해” vs “못 나가”…경찰-경호처 갈등 격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출입구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대치했던 경찰과 대통령경호처의 신경전은 지속되고 있다. 경찰은 경호처가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며 박종준 경호처장 등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지만 박 처장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거부했다. 재차 출석 요구를 했지만 박 처장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선 ‘경찰특공대’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박 처장에게 오는 7일 오전 10시까지 국수본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오는 8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일까지 박 처장 등에게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자 2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것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경호처 경호본부장과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해서도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호처는 첫 출석요구를 거부하면서 “법적 근거 없는 무단침입”이라며 “현재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 엄중한 시기로 처장과 차장은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추후 가능한 시기에 조사에 응하기 위해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이번 출석 요구는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출동과 관련된 사안이다.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경호처의 반발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에 대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체포영장은 법원의 명령이며 이를 집행하는 것은 경찰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이라며 “경호처장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그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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