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권 선두주자 "집권하면 중앙은행 없애겠다"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자신이 집권하면 중앙은행을 폐지하겠다고 예고했다. 대외관계에선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친미(親美) 외교로 돌아설 것을 시사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하원의원.(사진=AFP)

밀레이 의원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 대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이 집권하면 중앙은행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극우정당인 ‘진보자유’ 소속인 밀레이 의원은 지난 13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1위에 올랐다. 아르헨티나는 예비선거에서 본선 출마 자격을 얻은 7명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10월 22일 대선 본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밀레이 의원은 중앙은행을 없애는 대신 미국 달러를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로 채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아무도 (자국 통화인) 페소를 원하지 않는다면 페소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달러화(化)를 통해 통화 남발을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밀레이 의원 등의 주장이다. 반대쪽에선 이런 정책에 대해 아르헨티나엔 공식 통화로 쓸 수 있을 만큼 달러가 풍족하지 않을뿐더러 정책 수단으로서 발권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는 백척간두에 몰려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13%에 이른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18%로 올려야 할 정도다. 또한 달러 순보유액(가용 보유액에서 중앙은행 외환 부채를 뺀 금액)은 마이너스 8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해 이대로면 10번째 국가 부도를 맞을 위험이 크다.

밀레이 의원은 이 같은 경제난에 대한 해법으로 중앙은행 폐지, 달러화와 함께 재정지출 감축을 들었다. 그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필요한 재정지출 감축을 하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정책에 대해 밀레이 의원은 “중국에선 국민이 자유롭지 못하고 원하는 걸 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죽임을 당한다”고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현 정부와 다른 기조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밀레이 의원의 사상이 구현된다면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밀레이 의원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대해서도 “무역을 왜곡하고 회원국에 피해를 주는 질 나쁜 관세 동맹”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메르코수르를 탈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