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美 CPI 둔화에도 박스권 탈출 실패...왜?

임유경 기자I 2023.07.13 10:15:10

비트코인, 3만 달러대 횡보 중
美 정부 지갑서 비트코인 9000개 이동 포착
현재 시세로 3억 달러 규모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범죄수익...연내 매도 예정
공급 폭탄 우려에 투심 위축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3만 달러대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범죄 수익으로 압수한 3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이동시켰다는 소식이 발목을 잡았다. 투자자들은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공급 과잉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심을 높였다.

13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0.8% 떨어진 3만370달러를 기록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 대표격인 이더리움은 0.5% 하락한 1870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1800억 달러로 전일 대비 0.7% 하락했다.



이날 ‘6월 CPI가 크게 둔화했다’는 호재와 ‘미국 정부가 대량의 비트코인을 이동시켰다’는 악재가 동시에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은 움직이지 않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3.0%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3.1%보다 낮은 것으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동월치(9.1%)와 비교하면 3분의 1토막으로 떨어졌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라, 예상치(5.0%)를 하회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확연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달만 금리를 한 번 올리고 추가 인상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올릴 확률을 94.2%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지는 9월과 11월, 12월 FOMC 때 5.50~5.75%로 올릴 가능성은 각각 13.2%, 25.6%, 21.0%로 예상해, 전날 30%대에서 큰 폭 하락했다.

거시경제 훈풍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공급 폭탄 우려에 투심은 살아나지 못했다. 13일 디크립트 등 블록체인 전문 외신은 미국 정부가 다크웹 마약 판매 사이트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9825개를 다른 지갑으로 이동시켰다고 보도했다. 현재 시세로 3억100만 달러에 이르는 물량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 있다고 보고 긴장감을 높였다.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 실크로드에서 비트코인은 5만1352개를 압수했고, 이중 9861개를 지난 3월 처분한 바 있다. 남아 있는 4만1491개도 올해 안에 4번에 걸쳐 매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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