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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조치가 모두 풀리고 날도 무더운 요즘, 음주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편의점 알바생들은 ‘주취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편의점 앞 파라솔 탁자에서 시끄럽게 술판을 벌이거나, 술 취해 편의점을 찾아와 알바생을 괴롭히는 식이다.
서울 시청역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50대 후반 김모씨는 18일 “아무래도 날이 풀려서 그런지 편의점 앞에 죽치고 앉아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술을 마시면 안되는 곳이라고 알려도 소용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씨는 “술 마신 손님들이 남기고 간 걸 하나하나 치우다 보면 지치고, 냄새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소리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경찰을 부르기도 하지만 별 소용은 없다고 했다. 동작구 사당동 한 편의점에서 1년째 일하고 있는 20대 이모씨는 “한달에 8일 일하는데 이틀 이상은 중년 남성 취객들이 금연테라스에서 술 먹고 담배를 피운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훈방 조치만 받더니 이후에 계속 찾아와 피곤하게 하더라”고 한숨 쉬었다.
실제로 올해 봄부터 주취자 관련 신고는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의 ‘주취자 관련 112 신고현황’을 보면 올해 3월 7만 402건, 4월 7만 3922건, 5월 8만 6317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6월 신고량(10만 5269건)이 같은 해 3월(5만 7073건)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6월은 물론 본격적인 여름철 신고량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편의점 알바생들이 취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주거지 인근의 편의점들은 귀가하던 취객들이 담배 등을 사러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오가는데다, 밤시간대를 포함해 알바생이 주로 혼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취자들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3월부터 경기 의정부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다 최근 그만뒀다는 20대 이모씨는 “취한 아저씨 3명이 들어와선 말리는데도 술을 그냥 가져간 적이 있다”며 “점장이 파손처리하고 가게 손해로 넘겼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물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술 취한 사람들이 행패 부릴까봐 무서웠다”고 했다.
김동필 부산대 교수는 “취객을 상대하는 부담을 알바생에만 맡길 게 아니라 편의점이 금주공간이라는 점을 본사에서 홍보하고, 술 취해 기물파손 등을 했을 때 처벌받을 수 있단 점을 계속 안내해야 한다”며 “일본 등 해외 국가가 지자체 직원을 음주 위험 장소에 상주시키거나, 입간판·안내방송으로 경각심을 줘서 음주사고를 감소시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