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선]대표가 단식까지 한 바른미래, 선거제개혁 걸림돌 되나

이승현 기자I 2019.02.23 16:28:32

이해찬, 패스트트랙 처리 동의로 선거법 처리 ''청신호''
야3당 입장 엇갈려..평화·정의 ''환영''..바른미래 ''무반응''
바른미래 "의견 수렴 후 입정 결정"..소극적 모습 보여
정치권 "바른미래 지역구 의원들 선거제개혁 의지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들을 방문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번 주 이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발언은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겠다”고 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은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등 야3당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다. 지금과 같은 지역구 중심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야3당이 설 자리가 없어서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어 소수정당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거대양당(민주당·자유한국당)의 기득권에 막혀 관철되지 못했다. 이때 나선 것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였다. 지난해 12월 두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결국 단식 10일째되던 날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보를 얻어냈다.

이때부터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논의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당론을 내놨지만 한국당이 요지부동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 들어 거대양당이 갖가지 사안으로 부딛히면서 국회가 멈춰섰고 덩달아 선거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답답하게 되자 야3당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최장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상정이 되기 때문에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여야4당만 뜻을 모으면 처리가 가능하다.

이번 여야 대표들이 미국에 방문했을 때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선거법 등 주요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제안을 했고, 이 대표가 귀국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하면서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시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생겼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이 대표의 발언에 화답한 반면, 바른미래당이 소극적인 입장을 내치비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있고 난 다음, 바른미래의 공식회의나 논평 어디에서도 패스트트랙 관련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데일리의 취재에 김삼화 대변인이 “민주당이 정확한 안을 갖고 나오면 그것을 가지고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려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이 빠진다면 5분의 3이상의 동의를 얻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간 바른미래가 보여준 선거제 개혁 의지를 생각하면 이런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70대 고령의 손 대표가 열흘씩이나 단식을 하고 그 후에도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겠다고 엄동설한에도 길거리로 나가 ‘손다방’을 차려놓고 시민들을 만나는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던 게 바른미래당이다. 그동안 ‘선거제 개혁’이 국민들의 삶을 바꾸는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창해 온 게 바른미래당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선거제 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수단인 패스트트랙에 대해 이처럼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내 사정으로 인해 이런 어정쩡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지역구 의원 다수는 선거제 개혁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게다가 한국당으로 가야할 지도 모르는 일부 의원들 입장에서는 한국당이 싫어하는 선거제 개혁을 대놓고 찬성하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패스트트랙 처리에 미적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선거제 개혁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던 바른미래당이 오히려 선거제 개혁의 최대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의도시선]은 국회를 출입하는 이 기자의 눈길을 끈 장면이나 소식에 이 기자의 시각을 담아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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