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간에 진행된 상속재산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민사 14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이건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삼성생명(032830), 삼성전자(005930)의 주식인도청구 부분과 금전 지급청구건 등을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이맹희)가 청구한 삼성생명 주식 원주 12만 여주는 상속재산으로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원고가 법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척기간(10년)이 지났다”며 기각했다. 12만주를 제외한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은 상속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와 함께 원고가 청구한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선대 회장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사망하고 상속을 시작한 당시의 차명주식으로 볼 수 없어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원고를 비롯한 공동 상속인들이 이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은 차명주식의 존재를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피고의 주식 보유를 양해하거나 묵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가 주장한 공동 상속인간 상속분할 협의가 있었다는 내용은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 간 계약으로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1989년 상속재산 분할협의서 작성 당시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고측은 삼성생명 보통주식 425만9047주, 삼성전자 보통주식 33만7276주, 이익 배당금 513억원 등 9400억여원 규모의 재산을 인도하라고 청구했다.
한편 원고측 대리인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원고와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상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피고측 대리인은 “항소심을 통해 피고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정통성이 좀 더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