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A씨는 새 차를 산 기념으로 여행을 다녀오다 풍경이 아름다운 도로 영상을 블랙박스에 담아놨다. A씨는 영상을 블랙박스 영상 거래 사이트에 올렸는데 최근 한 홈쇼핑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홈쇼핑 업체는 A씨의 영상을 방송에서 사용하고 싶다며 구입을 원했고, A씨는 20만원에 영상을 팔았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일반화되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사고파는 사이트가 생겨나는 등 신풍속이 생겨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박스 영상 거래 사이트인 ‘도독코리아’는 지난 1월 오픈 이래 지금까지 63만7057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만 1000여 명에 달한다. 블랙박스 영상은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당초 이 사이트는 뺑소니 등 사고 동영상의 중개를 목적으로 운영됐다. 사고 현장 근처에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하지만 블랙박스가 일반화되면서 블랙박스가 찍은 풍경도 거래 대상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저작권 대리 중개업체로 공식 허가를 받았다”며 “블랙박스 영상도 저작물로 사고 팔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과거 내비게이션 커뮤니티 안에 코너 형식으로 존재했던 것이 지난해 말부터 ‘블랙박스 동호회’ 형태로 독립하고 있는 것. 블랙박스 동호회에서는 제품의 정보를 올리거나 신제품 가격비교, 아름다운 풍경 영상 등을 이용자끼리 공유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을 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던 일명 ‘운동장 김여사’사건이나 출근 시간대 도로 한복판에서 옆차에 행패를 부린 ‘벤츠 진상녀’ 사건도 블랙박스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들이다.
블랙박스 업체들도 이러한 신풍속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면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여전히 카파라치나 사생활 침해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현재 블랙박스 시장은 130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고 현재까지 나온 제품 종류만도 400여개에 달한다. 올해 블랙박스의 예상 판매량은 200만대(약 38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