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금값이 버블 아니라고 주장했던 마크 파버의 `금 사랑`은 여전했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하고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는 등 비관적 전망을 쏟아낸 파버는 금값 전망만큼은 낙관론 일색이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평가받았던 마크 파버는 22일 여의도 63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신증권 리서치포럼에서 "나는 금을 매도하지 않는다"며 "금값 수익률은 향후 2~3년간 전 세계 주식시장의 수익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국가의 정부가 풀어낸 유동성을 고려하면 현재 금값은 1980년대보다 싸다"며 "금리는 제로(0) 수준인데 반해 인플레이션은 지속하면서 지폐의 가치 저장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와 통화 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서 지폐 즉, 현금이 구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버는 "대부분 자산가격이 조정국면을 겪으면서 금값도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금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 것이 바로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낙관적인 금값 전망과 달리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는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그리스는 현재 부채에 대한 이자조차 부담할 능력이 없다"며 "해결 방법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현지 화폐를 도입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그리스 채권을 사들이더라도 이것은 유럽의 은행과 보험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이 요구하고 있는 ECB의 유로를 찍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파버는 중국의 경제 전망도 어둡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은 전세계 구리와 시멘트 수요의 40%, 53%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는 브라질을 비롯한 자원 부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라질의 수출이 줄면 소비력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중국의 수출 둔화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파버는 전망했다.
한국 증시도 이미 고점(peak)를 쳤다고 분석했다.
파버는 "한국 증시는 이미 지난 5월 정점인 2200 수준에 도달했다"며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어 1200선까지 떨어질지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 증시가 강한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