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일본 역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이후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전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대지진으로 수많은 일본인들이 집을 잃고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제로 일부 지진 피해지역에서는 식품 및 현금자동지급기(ATM)에 대한 주민들의 약탈이 벌어졌으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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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에 따르면 쓰나미가 물러간 뒤 수백명의 사람들이 길가에 널부러진 맥주와 음료를 운반해가고 있다. 목격자 이가라시 마코토씨는 "모든 사람들이 와서 물건을 가져갔고,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 들락거릴 것"이라면서 "일부는 기린맥주 부지 안까지도 들어가려 했다가 저지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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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실에 대해 일본 경찰청은 알고 있다면서도 국내 전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가토 노부히로 경찰청 간부는 "그런 사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고, 아마 12건도 채 안될 것 같다"면서 "다만 도쿄와 기타 지역 경찰들이 추가적인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피해지역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피소 내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약탈자들이 떼를 지어 집과 자동차를 부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미야기현에서 신고된 200여건의 강도사건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실제 집주인이거나 자동차 소유주였다고 일축했다.
약탈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도 그랬고,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발생 때도 그랬다.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의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일본 지진피해 지역에 대한 구호 활동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구호단체들은 특히 자택에 거주하고 있어 대피소에서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일본 경찰은 기린맥주 제품 저장고에서 유실된 제품들을 주워가는 것은 범법행위라고 경고했다. 혼다 유주루 경찰 대변인은 기린맥주 상황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유실된 물건을 발견했을 경우는 가까운 경찰소에 갖다줄 것"을 촉구했다. 기린맥주는 현 상황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맥주 공장 작업재개에 전직원이 바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