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은행들이 외화, 원화 할 것 없이 장기채권을 잇따라 조기 상환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후폭풍을 경험한 은행들은 실리(實利)보다는 투자자와의 신뢰(信賴)를 자금운용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지주 소속 국민은행은 오는 27일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 5334억원을 조기 상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하이브리드채 콜옵션 행사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펀드 손실이나 사업 부진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콜옵션 행사를 요청해왔다"면서 "은행측이 콜옵션 행사일 막판까지 고민을 하다 상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기 상환될 하이브리드채는 지난 2003년 8월 발행분으로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어 있었고 지난해 8월 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왔지만 국민은행은 6개월간 콜 행사를 미뤘다.
유동성 위기설이 만연했던 지난해 하반기 당시 연 7% 금리는 낮은 수준인데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확충이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실제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행은 이번에 다른 선택을 했다. 투자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콜옵션 행사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번에 국민은행이 하이브리드채권을 조기 상환할 경우 자본확충펀드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게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실제 국민은행은 이번 조기 상환으로 빠지게 되는 기본자본(Tier1)비율 0.3%포인트를 확충하기 위해 1분기 중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거나 KB금융지주로부터 증자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채 차환 발행을 선택하면 자본확충펀드 한도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자금 담당자는 "국민은행이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게되는 상황을 감수하고 하이브리드채 조기 상환을 결정한 것은 실리보다는 투자자와의 신뢰를 먼저 고려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권 미상환 사태이후 은행들이 무엇보다 신뢰를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은행이 콜옵션 행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투자자들의 요청을 한번 더 무시했다가는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 제기, 국가 신인도 타격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도 오는 6월 2억5000만달러의 외화 후순위채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BIS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2%를 밑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사모형태로 조달한 외화를 사용해 5년 일찍 후순위채를 갚을 예정이다.
기업은행(024110)의 경우 오는 5월 외화 후순위채권 3억달러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밝혔고, 신한은행은 올 한해 1조원 규모의 원화 및 외화 장기채를 조기상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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