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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저장용 반도체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낸드 메모리 칩 안에서 셀(저장 공간)을 최대한 많이 쌓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동일한 면적에 많은 셀을 집어넣어 저장 용량을 키워왔다. 그러다 AI 시장이 추론으로 영역을 넓히며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낸드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이에 HBM처럼 칩을 위로 쌓는 접근법인 HBF가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높은 전력 효율을 제공하는 메모리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HBM이 등장한 것처럼, 낸드도 같은 방식을 이용해 위로 쌓아 올리는 구조다. HBF는 HBM에 쓰이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반 적층을 낸드에 적용해 대역폭을 높이고, 용량을 키웠다. 높은 대역폭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신속하게 가져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메모리 속도도 중요하지만 용량 부족 문제가 커지는 만큼, HBM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용량 문제를) 낸드로 해결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메모리 기업도 HBF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2025 OCP 글로벗 서밋’ 행사에서 차세대 낸드 스토리지 제품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AIN(AI-낸드) B(Bandwidth·대역폭)’는 낸드 여러 개를 쌓아 대역폭을 키운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차세대 낸드에 대한 방향성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HBM과 같은 방식으로 낸드를 쌓아 올리는 방식이나 기존 낸드의 단점을 보완해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고성능 낸드플래시 ‘Z낸드’ 등을 고민하고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D램, 낸드, 로직 반도체 모두 공통적으로 적층 기술을 통해 한계를 돌파하는 국면”이라며 적층 낸드에 대한 방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 구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저장 용량을 보장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차세대 낸드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내 반도체 업계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