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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금통위가 열리는 24일 서울 삼성본관 한국은행 17층 대회의실에 모인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승헌 부총재가 8시 56분쯤 혼자 입장해 “너무 일찍 왔나보네”라며 멋쩍은 듯 자리에 앉으며 금통위원들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냈다. 이후 조윤제 위원이 지팡이를 짚고 선두에 입장했고 나머지 위원들이 모두 착석하면서 침묵 속에서 이 총재를 기다렸다.
곧이어 등장한 이 총재는 취재진을 향한 인사도 혼잣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사진을 찍었고, 한은 직원들이 장내를 정리하기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한 취재진이 질문을 하려고 나서자 직원들이 제지하기도 했고, 이 총재는 지난번 회의 때와는 달리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았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의 메시지에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고민도 깊어 보였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알려진 서영경, 박기영 금통위원이 이미 ‘대내 안정’을 강조하는 등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을 시사한 만큼 금리 인상폭에 대한 것보단 내년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더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 시장이 원하는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긍정의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여전히 5%대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금융시장 경색 마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처럼 인상 속도 완화에도 최종 금리 상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피봇(정책 전환) 기대를 완전히 꺾어 놓는 것도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다.
만일 내년 연말께는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란 점도 이 총재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 비교적 안정세를 찾았다곤 하나 미국 연준의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이 최소 5.0%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폭이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도 용인할 수 없기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단 점을 강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데일리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내년 금리 최종 상단 전망치는 3.75%(중간값)으로 집계돼 이번 금통위에서 0.25%포인트를 올린 뒤에도 두어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내놓는 수정경제전망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린다. 지난 8월 한은은 올해와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각각 2.6%, 2.1%로 봤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5.2%, 내년 3.7%로 전망했지만 11월엔 이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설문 결과 내년 경제성장률은 1.8%에 그쳐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봤고, 내년 물가상승률은 3.5%로 지난 8월 전망치보다 소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6%, 5.2%로 나와 한은의 당초 전망치에 부합했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과 물가 전망치를 동시에 낮춘다면 이는 금리 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근거 재료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성장률 전망을 예상보다 낮추지 않거나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서며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