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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촛불 집회를 주최해왔던 시민단체 연합체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의 기록기념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촛불항쟁 1주년대회’를 개최했다.
◇촛불의 추억 되새기려 시민들 광장에 운집
이날 광장은 집회가 열리기 한시간여 전부터 촛불을 추억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MB 적폐 청산’,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김기웅(33)씨는 이날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촛불 1000개를 직접 준비했다. 김씨는 “청와대 행진 논란 등 집회 개최 전 잡음이 있었다”며 “이같은 논란 탓에 혹시나 집회 참석을 꺼릴 시민들의 참여를 북돋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초를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중식(63)씨는 “지난해 촛불 집회 당시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얼마 전 퇴직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서민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민생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게 실속있는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 특히 청년 일자리 증가를 위한 정책도 좋지만 우리 같은 고령의 사람들이 구직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을 비정규직 노동자라 소개한 김희정(45·여)씨는 “23차로 촛불 집회가 종료될 때까지 10번 정도 집회에 참여했다”며 “촛불 1주년을 맞은 지금 그 때보다 우리들의 처지가 나아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 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처음 약속했을 때 희망을 보았다. 아직 반년밖에 되지 않은 정권이지만 정부가 우리 같은 약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화문·여의도로 나뉜 촛불
이날 집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0회를 넘긴 촛불 집회 기록 영상물 상영과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시작했다.
기조발언을 위해 무대에 선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다시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광장에 섰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가 시작됐고 지난해 12월 1일 청와대 100미터를 행진한 날 전국의 232만명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다. 국민의 승리였다”며 “새로운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여러분들이 있어 민주주의 역사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대개혁을 위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쌓아온 적폐 해결을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시계의 반열을 제자리로 되돌리고 부정부패를 뽑아내기 위해 다시 촛불의 힘이 필요한 때다. 희망을 본 촛불의 시대, 오늘이 더 이상 ‘헬(hell) 조선’이 아니길 기원하며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지난해 촛불 집회 당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김지은(14) 양은 “1년 전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던 내가 촛불을 들고 위대한 역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역사가 뭔지도 몰랐고 중요한지도 몰랐던 나는 촛불로 시민들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역사’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앞으로 모든 적폐가 해소되고 촛불 시민들이 꿈꾸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가수 전인권밴드와 이상은씨, 권진원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 4·16가족합창단 등의 공연들도 예정돼 있다. 지난 촛불집회 때 광화문 광장을 장식한 소등 퍼포먼스와 촛불 파도도 이어진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이날 집회에 함께했다. 한편 퇴진행동은 당초 집회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등 일부 시민들이 반대하자 이를 취소했다.
그러나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 일부 노동·시민 단체는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 등을 요구하며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청와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 인근에 23개 중대(약 1480명)를 배치했다. 같은 시각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청와대 행진에 반대해온 시민들이 모여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파티 2017’를 개최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한다.
친박 단체들도 같은 날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은 서울역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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