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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가장 유력한 후보군인 일본 정부와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KKR) 등 미·일 연합에 공동 입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연합은 WD와 손을 잡으려다 실패하면서 새로운 협력 상대를 모색 중이다.
도시바는 매각을 반대하는 WD 대신 다른 후보군에 우선권을 줄 전망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미·일 연합이 손잡으려고 했던 WD가 도시바 지분 매각을 위법하다고 보고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가 WD에 매각 우선권을 달라는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인수전 후보가 SK하이닉스 연합을 비롯한 두세 곳으로 좁혀졌다.
SK하이닉스는 국외로의 기술 유출을 꺼리는 일본 정서를 고려해 미국 베인캐피탈을 인수 후보로 내세웠다. 또 메모리 사업부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는 다른 후보와 달리 51% 정도로 요구하고 1조엔(우리 돈 약 10조원) 초반대로 가격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WD가 빠진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점유율 세계 5위(IHS Markit 기준)인 SK하이닉스가 공동 입찰 형태로 도시바 지분을 일부 인수하면 일본 측에서도 기술 유출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미·일 연합도 반도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유리하다. 인수전이 끝나면 도시바에서 분사한 메모리 사업부를 운영하고 설비 투자 등을 결정할 기업이 필요하다.
또 SK(034730)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해 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키운 경험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직접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서 SK하이닉스 성공 사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브로드컴은 2조엔(우리 돈 약 20조원) 초반대 가격을 제시했으며 대만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3조엔(우리 돈 약 30조원)대로 가장 높은 입찰 금액을 써냈다. 그러나 양측 진영 모두 외국 기업으로만 이뤄져 있어서 도시바는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반도체 기술을 국가적 자산으로 여기는 일본 분위기상 외국 업체가 단독 입찰로 따내긴 어려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가 만약 미·일 연합에 합류한다면 실제로 도시바에 투자해야 할 비용은 4~5조원대로 줄어든다. 도시바 인수전이 애초 2~3조원대 입찰에서 수십조 원대로 판이 커지면서 대내외적으로 도시바 인수전이 거품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SK하이닉스도 대혼전을 거듭하는 도시바를 무리하게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도시바 인수전이 예정보다 길어지는 점도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낸드 점유율 2위인 도시바가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되지 않으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낸드 공급 업체에서는 공급망을 늘리고 낸드 가격을 높일 기회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도시바 3차 입찰까지 진행될 정도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혼전이 예상된다”라면서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업체가 낸드 업계 2위인 도시바의 인수전을 마감하는 이듬해까지 낸드 가격 상승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