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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지표가 확실치 않은 미지의 기업을 보고 초기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본엔젤스의 파트너 모두 현장에서 창업이나 개발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할 때 나름 기준이 있다. “창업자나 창업팀의 실행력이 중요해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얼마나 행동했는지를 봐야죠” 그다음은 창업자가 꾸는 꿈의 크기다. 창업자 스스로 성장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투자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기업가가 아니라 장사꾼에, 세계무대가 아닌 국내무대에 만족한다면 고성장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습능력과 인간적인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초기 기업일수록 유대감을 갖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고 하나를 알려주면 열 가지를 알고 배워나가는 리더인지를 봅니다. 스타트업 기업은 인재난을 겪어요. 리더가 비전을 공유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아우르는 리더십이나 카리스마 등을 갖추는 것은 인재를 확보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힘이 됩니다.”
이런 잣대를 통과한 스타트업은 9명으로 구성된 본엔젤스 파트너들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매섭고 혹독한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격론을 통과한 스타트업은 보통 1억~5억원 가량을 투자받는다. 투자 이후에는 홍보, 법률, 회계 등 본엔젤스 소속 전문 인력의 조언이 이어진다. 추가 투자나 핵심인력 영입을 주선하기도 하고 스텝부서 인력 채용도 지원한다.
마중물을 받은 기업이 10년째 이어지면서 속속 싹을 틔우고 있다. 동영상 검색 업체 엔써즈가 KT에 인수돼 투자 금액의 10배를 회수했고, 모바일 메신저 ‘틱톡’으로 유명한 매드스마트 매각으로 투자 금액 3억5000만원의 15배 이상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스터디맥스, 지노게임즈 등 투자한 나머지 업체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본엔젤스는 작년 1월 1호 펀드보다 150% 커진 305억원 규모의 ‘본엔젤스페이스메이커펀드2’를 결성하고 한 달에 평균 2곳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투자 전문성과 재량도 재정비했다. 모바일 게임 시대를 최초로 열며 증시상장에 성공한 컴투스의 창업자 박지영 전 대표를 비롯해 KT가 450억원의 가격으로 인수한 동영상검색기술 업체 앤써즈의 김길연 대표, SK플래닛과 카카오그룹에 매각 경험이 있는 매드스마트의 김창하 대표, 씽크리얼즈의 전태연 이사 등 풍부한 경험의 투자자들이 본엔젤스에 합류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금융지원을 위해 비정상회담 방송 출연 등으로 잘 알려진 마크테토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본엔젤스는 이제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등 해외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일본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사인 캔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해외투자를 시작한지 2년만에 이룬 첫 성과다. 강 대표는 “VC업계가 초기에는 학연이나 지연 등에 의존하는 투자 등으로 폐쇄적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통로가 열리고 있다”면서 “본엔젤스의 콜메일에도 하루 수십통의 제안서들이 쌓이고 기회를 잡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스펙이 아니더라도 창업을 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젊은 친구들이 늘어나는 만큼 초기 VC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죠. 우리 사회 마지막 희망사다리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는 스타트업 도전을 장려했다. “유행에 휘둘리지 말고 나만의 관심사와 경력,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창업아이템을 찾으세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찾아나서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