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영업부진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회사 이익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이동통신 단말기(휴대폰)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 정책을 관장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휴대폰 가격에 대해 언급한 점이 관심을 모은다. 전세계 최고가 수준인 휴대폰 가격에 대한 인하 의지를 밝히고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과 알뜰폰 시장 활성화 등 구체적 방안을 들었다.
그는 그러나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유도하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여부와 단말기 보조금 수준 등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
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휴대폰 가격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우리나라 이동통신 단말기 가격이 국제시세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주인 국내 휴대폰 시장을 진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모든 통신정책이 공급자 보다는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도 했다.
미래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가격은 지난해 기준 평균 643달러(약 65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인 366달러의 1.75배에 이른다. △미국 523달러 △일본 453달러 △영국 427달러 등이다.
최 후보자는 휴대폰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단통법의 강력한 시행을 들었다. 지나치게 비싼 단말기 가격은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이기에 이 문제의 해결이 정공법이라고 본 것이다. 이 자리에선 현재 10월로 예정된 단통법 시행을 앞당길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그는 “강력한 정책으로 국민들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저소득층까지 사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단말기 산업이 국가경쟁력에 큰 역할을 하는만큼 (단통법 시행으로) 이들 기업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잘 살펴보겠다”고 나름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도 최 후보자가 강조한 대목이다.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 3사보다 30% 이상, 많게는 50%까지 통신요금이 저렴하다.
최 후보자는 알뜰폰 시장 키우기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최근 이통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진출을 강화하는 점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대형 이통사들의 알뜰폰 시장진출에 대해선 “이통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게 정책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래부는 이통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알뜰폰 시장내 최대 50%로 상한을 정해둔 상태다.
◇ 통신요금인가제 ‘오락가락’.. ‘감청 허용’ 발언도 뒤집어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통신요금 인가제에 대한 최 후보자의 입장 번복이었다. 최 후보자는 오전에는 “사실상 사전규제인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통해 현재 보조금 경쟁중심에서 요금 경쟁과 서비스 경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들어선 “아까 (보조금 상한선) 27만원 논의하다가 다른 상황에서 동의한다고 와전된 것 같다”며 “이 자리에서 찬반을 말씀드리긴 곤란하다”고 말을 바꿨다.
요금 인가제는 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진 주체가 요금을 마음대로 조정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통제(인가여부 결정)하는 것이다. 무선시장에선 SK텔레콤(017670), 유선시장에선 KT(030200)가 대상이다.
당초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정부가 사실상 정해주는 가격으로 통신업계 요금 담합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월평균 무선 통신비는115.5달러(약 12만원·구매력평가지수 적용)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야당 등에선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현재 보조금 경쟁 중심인 시장을 요금 및 서비스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이통사들에게 요금제 인가라는 규제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이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다는 의혹도 보낸다.
최 후보자는 또 단말기 가격 및 요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 수준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보조금 상한선 27만원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모든 통신정책은 수요자 중심이 되어야 하고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최 후보자는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취소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면이 있지만 (유선전화와) 형평성을 보면서 이동통신에서도 감청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지 않나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다만 장비나 기술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의견을 주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정원이 민간사찰로 크게 문제가 됐고 정치개입 문제도 있다”며 최 후보자를 몰아붙이자 “자세하게 검토한게 없어 잘 모르겠다”며 바로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