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금융]④`2%` 부족한 나눔경영

이준기 기자I 2011.03.31 09:50:40

[창간기획 코리아 3.0 4부]
금융기관, 사회공헌활동에 열중..`경쟁시대` 맞이해
사회공헌 매년 증가세..그러나 정부에 등떠밀려 `지적`
협회 중심 활동 늘리고 NGO 등과 손잡아야 `시너지`

[이데일리 이준기 송이라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사회공헌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회사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고객의 눈높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은행권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매년 금융기관의 사회공헌 지출급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이지 않은 요구에 등 떠밀려 `억지 사회공헌`에 나선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질 높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위해 개별기관이 아닌 협회 차원의 협력 구조를 만들고 비영리단체(NGO) 등과도 손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금융권, 사회공헌 `경쟁시대` 맞았다
 


이번 일본 지진 피해 지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권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사실상 `사회공헌 경쟁시대`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A금융기관이 사회공헌에 참여하면 B, C, D금융기관도 서로 달려드는 형태다.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회사인 라임글로브의 최혁준 대표는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이어졌고 순이익의 2~2.5%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며 "이미 사회공헌 분야에서는 자리를 잡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은 사회공헌이 당장 막대한 돈을 지출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공헌으로 회사의 평판위험 관리를 자연스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돈과 관계된 일을 하기 때문에 투명성과 윤리성을 중요시하는 요즘 고객들의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금융상품의 장단점과 함께 해당기관의 사회적 책임까지 따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소비자 협동조합은행인 `더 코퍼러티브 뱅크(The Co-operative Bank)`는 무기거래, 동물 임상실험 등 비윤리적 사업에 대한 투자를 거부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윤리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얻게됐고 이러한 평판은 수익성 강화로 이어졌다.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아멕스) 카드도 수수료의 일정액을 기금을 조성,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유지·보수하는 활동을 펴면서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 늘어나는 공헌활동..정부 압박도 한몫?

국내 금융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치밀한 연구에 나섰다. 과거와 같은 천편일륜적인 기부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분명한 목표와 체계를 만들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은 어떻게든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구성된 별도의 팀을 운영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 결과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은 늘고 있는 추세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반은행과 특수은행 등 22개의 정사원과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 37개의 준사원의 사회공헌활동 지출금액은 지난 2006년 3516억원에서 2007년 3924억원, 2008년 4833억원, 2009년 1조191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억지 사회공헌`에 등을 떠밀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2009년 총 지출금액 1조1914억원중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회복기금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8589억원이나 된다.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2006년의 총 지출금액보다 200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사회공헌 자체를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하지는 않지만 해당 기관들의 진정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정부 압력으로 사회공헌이 이뤄지는 것은) 무엇인가 죄지은 부분을 희석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 `개별->협회` 트렌드 변화..NGO와 협력 `절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신뢰받는 기업으로 인식받기 위해선 사회공헌활동 트렌드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개별 금융기관이 제각기 추진했던 사회공헌활동을 은행연합회, 여신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협회 중심으로 뭉쳐 체계적인 활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 임영록 KB금융 사장(우측)과 장영철 캠코 사장이 사회공헌 MOU를 맺고 있다.

최혁준 대표는 "협회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한다면 보다 더 참신하고 파급효과가 큰 프로그램이 계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권의 각기 다른 활동을 결합하면 시너지효과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올해 안에 은행권 공통의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론칭할 계획이다.
 
금융기관간 연대 움직임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KB금융과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24일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양해각서(MOU)을 체결했다. 한층 개선된 프로그램 계발을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단체(NPO)와의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별 금융기관이나 협회 중심으로의 사회공헌 활동만으로는 수혜자의 니즈(Needs)에 부합된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 여신심사 기준에 환경오염 유발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선 점수를 깎아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것도 큰 범위의 사회공헌 활동이기 때문에 이를 상시 감시하는 NGO 등과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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