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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급히 먹었나"..中 브랜드 인수 `소화불량`

김국헌 기자I 2006.08.23 12:01:40

TCL은 손실 기록하고, 레노보는 시장점유율 줄어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중국의 저가품 제조업체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사들여 인지도와 수익성을 함께 높이려고 하지만 제대로 소화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삼성전자로 평가받고 있는 생활가전업체 TCL은 텔레비전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의 RCA와 프랑스의 톰슨을 지난 2003년 인수해 컬러TV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1분기에 TV 사업부문에서 1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손실은 전년동기의 2배에 달하는 규모. TCL은 또 평면TV 세트 수요 예측 실패로 디지털TV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PC 제조업체 롄샹(聯想ㆍLenovo)그룹은 지난해 세계적인 PC 브랜드 IBM의 PC사업부문을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해 세계 3위로 올라섰지만 전략 실패로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17.6%에서 16.0%로 떨어졌다.

중국기업들은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어 경영난에 빠진 이들 기업을 인수해도 곧 정상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정상화까지 시간이 소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롄샹이 인수하기 전 IBM의 PC사업부문은 4년동안 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손실을 메우기까지 상당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중국기업들이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 기업가치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7월 중국 국영 차이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룩셈부르크 소재 밀리콤 인터내셔널 셀룰러를 53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실사 직후 무산시켰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은 여전히 유명한 외국기업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엠허스트 파트너스의 링 우 디렉터는 "중국기업들이 과거에는 외국기업과 합작 벤처기업을 세우거나 기술 등록을 해 해외시장에 접근했지만 최근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기업들은 TCL과 롄샹의 사례를 보고 인수와 정상화가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브랜드들이 중국밖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을 인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BMO 캐피탈 마켓의 더글러스 포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직접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보다 미국기업을 인수해 그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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