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정민기자] 중국의 지난해 무역흑자와 외환 보유고가 엄청나게 증가, 미국, 유럽 등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동시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처럼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교역국들에 위안화 절상 압박의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中, 최대 외환보유국 부상 `임박`..무역흑자 덕분
15일 중국 인민은행은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외환 보유고가 8190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34%(2090억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 보유고 세계 1위인 일본의 847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1조달러에 육박,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무역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외화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흑자는 1020억달러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정체되고, 위안화 절상을 노린 투자자본 유입이 줄었음을 감안할 때 무역흑자가 외환보유고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무역흑자가 싼 제품가격을 무기로 계속 늘어나면서 외환보유고 확대도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을 내다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의 스테판 그린 외환분석가는 "지난해 미국의 고금리가 이어지고,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둔화되면서 중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중국의 엄청난 무역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본 유입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 압력, 가중..美 압박수위 고조
전문가들은 자본유입이 이어질 경우 중국이 더욱 큰 위안화 절상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엄청난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압박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중 미국의 무역적자는 64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전달의 681억달러에서 5.8% 줄어들었다. 이는 당초 예상치 662억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중 무역적자는 전년 동기의 167억달러에서 185억달러로 늘어나,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까지의 대중 누적 무역적자 역시 185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1677억7000만달러보다 증가했다.
이처럼 양국간 무역 불균형이 수치로 속속 확인되면서, 미국 의회내부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태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의 맥스 바우커스 상원의원은 보 시라이 중국 상무부장 등 중국 고위관료들과 만나 미국내 점증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와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 경영자 모임에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으로 오는 중국산 수출품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 의회내 일부 의원들은 중국이 위안화 추가절상 조치를 단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벤 심펜도퍼 전략가는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상당함을 감안할 때, 위안화가 5% 이상 절상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전반적인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보유고 투자처도 관심..`다변화`로 위안화 압력 감소 가능
중국이 세계 최대 수준의 외환 보유고를 갖게된만큼 외환보유고 투자처와 방법에 대한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올 초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는 "(목표는) 외환 보유고의 통화 및 자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며 보유고 투자처를 계속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혀 중국 외환 보유고내 달러화 비중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외환 보유고에서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외환 보유고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중국이 외환 보유고 투자처로 석유 등 상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 가운데 70%가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 미국 경상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환 보유고에서 달러화의 비중을 줄일 경우, 달러화 약세를 부추겨 무역 불균형을 어느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