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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A 씨에게 2023년 5월 내린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B씨와 함께 타지역으로 출장가는 차 안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B 씨는 “결혼을 늦추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한다”며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을 상담했다. A 씨는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 남자친구와 피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애들이 임신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다른 날에는 B 씨가 차에서 기침을 하며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것 같다’고 말했고, A 씨가 B 씨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B씨의 신고를 접수한 문화전당 징계위원회는 A 씨의 행동이 성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견책징계를 내렸다. A 씨는 징계처분에 불복, 불문경고 감경을 받은 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A씨는 피임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으나, 동료가 먼저 임신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해 한 말이라고 항변했고, 이마에 손을 짚은 행위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의 피임 관련 발언은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할 발언으로 보이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발언으로 보긴 어렵다”며 “B씨가 결혼·출산·육아·휴직 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은 데 대해 A씨가 대답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동기 사이로 비교적 친밀하게 지내던 관계였던 A씨가 B씨의 고민에 대해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의도에서 발언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징계 사유였던 A씨가 ‘열은 없는 것 같다’며 기침하는 B씨의 이마에 손을 댔다는 행동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여러 정황으로 미뤄 신체 접촉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