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민아 기자] ‘우리말 지킴이’ 국어학자 이수열 선생은 이른 아침 배달된 조간 신문을 정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지면을 꼼꼼히 들여다 본 뒤 눈여겨본 기사나 칼럼을 스크랩하고, 잘못됐다고 판단한 표현과 문구는 일일이 빨간색 플러스 펜으로 바로잡았습니다.
그는 빨간 글씨투성이인 신문 조각과 함께 고친 표현을 출력한 종이를 동봉해 일일이 우편으로 필자들에게 보내다 보면 날이 저물기도 했습니다.
국어 교사였던 그는 1993년 정년퇴임 이후부터 30년 가까이 빨간 펜을 들었습니다. 지난해 8월24일 신장암 투병끝에 세상을 떠난 고인은 평생토록 우리말 지키기에 앞장섰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 한글 운동 40년 외길을 걷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김슬옹(60)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입니다. 철도고 1학년 시절 한글에 미쳐 한글 운동에 뛰어든 후 외솔 최현배 선생의 뜻을 이어 무려 40년 넘게 한글 외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슬옹 원장이 한글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요? 김 원장은 “1977년 당시 지방에서 올라와 신문배달을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는데 그때 온갖 신문을 다 봤어요. 그런데 한자어가 수두룩하더라고요. 천자문을 뗀 나도 모르는 한자가 많았습니다. 국어시간에는 한글이 최고라고 배우는데 푸대접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습니다”고 회상합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한글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한글에는 보편주의가 담겨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평등하게 배울 수 있죠. 신분과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15년째 한글 운동(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08년부터 한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키기 위해 ‘한글한글 아름답게’ 운동을 전개 중입니다. 그 이유가 궁금한데요. ‘2022 한글맏뜻 운동’을 기획한 이상태 네이버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차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국어 검색 엔진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입니다.
네이버에는 한글로 쓰인 생각, 감정표현, 정보들이 담겨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한글의 우수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개최해온 말모이연극제(9월21일~11월6일)도 우리말 지킴이의 한 축이라 할만합니다. ‘한반도 전역의 언어, 지리, 문화 특색을 갖춘 우리말 예술축제’라는 취지 아래 전국의 지역색과 다양한 사투리를 담은 작품들을 공연해오고 있죠. 이자순 말모이연극제 조직위원장은 “사투리는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각 지역의 고유색을 지닌 우리말로, 사라져가는 지역어를 발굴하고 다듬어 사투리의 맛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한다면, 잊혀가는 사투리의 보존·발굴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 카드뉴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 ‘우리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