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넉달째 3%대 상승 '비상'…외식비·기름값 다 올랐다

공지유 기자I 2022.02.04 10:40:46

1월 소비자물가 3.6%↑…근원물가 10년만에 3%대 상승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오름세 확대…전셋값 2.9%↑
우크라 사태 등 불확실성에 3%대 물가상승 지속 전망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오름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월세 등 집세와 외식비가 상승폭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으로 당분간 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의 한 식당 칼국수 가격. (사진=연합뉴스)
◇집세·외식비·기름값 다 올랐다…근원물가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2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2% 상승한 이후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 이상 상승한 건 2011년 11월~2012년 2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0%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같은 기간 2.6%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2012년 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외식비를 중심으로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6.4% 올랐다. 농산물과 축산물이 각각 4.6%, 11.5% 올라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이 6.3%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는 외식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올랐다. 집세는 전세가 2.9%, 월세가 1.1% 오르면서 2.1% 상승했다. 전세 가격은 2017년 8월(2.9%)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재료비 상승으로 내구재와 가공식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근원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전년동월대비 5.5% 상승했다. 교통과 음식·숙박도 각각 7.2%, 5.4% 올랐다.

상수도료가 전년동월대비 4.3% 오르고 전기료는 5.0%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2.9%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7월 전기요금 필수할인공제가 축소되고 10월에는 연료조정단가가 인상된 영향”이라며 “상수도료는 일부 지자체에서 요금을 현실화하면서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외 불확실성에 당분간 고물가 이어질 듯…정부 “물가관리 총력”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3%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전망이다. 어 심의관은 “대외적 상승요인이 완화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상당폭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2분기와 3분기에 공급측 요인이 완화된다면 안정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석유가격 오름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휘발유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2.8%, 경유는 16.5% 올랐다. 자동차용 LPG는 34.5%, 등유는 25.7% 상승했다.

어 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와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현재 유가 상승세를 봤을 때 둔화세가 지속될지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선제적 물가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설 이후에도 생활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 주요 품목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며 “가공식품, 외식업계 소통을 통한 인상 시기의 연기·분산 유도, 1분기 공공요금 안정적 관리 등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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