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신패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업종에 따라 1~2주를 ‘계도기간’으로 설정했지만 이를 악용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시설을 이용하는 등 방역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유흥업소보다 계도기간이 1주일 더 길다는 점에서 방역 구멍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 또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방역에 다소 느슨해져 앞으로 계도기간이 지난 후에도 백신 패스를 통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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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전환과 함께 시작한 백신패스는 일부 시설에 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정책이다.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은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 특히 실내체육시설은 48시간 이내 발급한 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유흥시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입장 자체를 할 수 없다.
당국은 제도 시행에 앞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유흥시설의 경우 1일부터 7일까지, 실내체육시설은 14일까지 계도기간을 설정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엔 위반 사실이 적발되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유흥시설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입장이 가능하다며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럽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주는 2차 접종 안 해도 입장 가능합니다”, “7일까진 입장 가능하니 연락 주세요” 등 계도기간을 활용해 클럽을 홍보하는 글이 올라왔다. 일반 시민들도 “백신 접종 안 해도 들어갈 수 있나요?”, “QR만 찍고 입장 가능해요”, “백신패스 유예기간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렸다” 등 클럽 입장에 대해 묻기도 했다.
실제로 위드 코로나 첫 주말을 맞이해 ‘불금’, ‘불토’를 보내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등 번화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5일 저녁 홍대 거리에는 클럽과 헌팅포차를 찾는 젊은이들이 밀집했다. 유흥시설 영업제한 시간인 자정이 지났지만 새벽 1시에도 “따로 테이블을 빼놨으니 들어오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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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체육시설의 경우 계도기간이 일주일 더 남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유흥시설과 마찬가지로 계도기간을 이유로 백신패스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다.
매주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으며 헬스장을 이용하는 이모(24)씨는 “이번 주에 헬스장을 갈 때 QR코드만 찍고 백신 접종 여부는 물어보지 않아서 백신패스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며 “백신패스가 시행되면 사람이 줄어서 좋겠지만 제대로 확인이 될 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도기간중 사각지대가 계속되자 제도 유예가 아닌 ‘계도’라며 해당 기간에도 백신패스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추진 TF팀장은 “현재 계도기간이라 적발됐더라도 처벌은 하지 않지만 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따라 증빙을 받고 출입해야 한다”며 “마치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것처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은 백신 미접종자가 고위험시설을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며 “사업주들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건 똑같기 때문에 스스로 방역수칙과 백신패스 제도 등을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